지난해 10월6일 서귀포시 중문중학교 운동장에서 거행한 ‘무오법정사 항일항쟁 106주기 기념식’. 제주도 제공
올해로 광복절이 80주년을 맞았다. 일제의 탄압과 수탈에 저항하며 독립을 위해 노력한 민족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오늘이다. 일제강점기 동안 항일운동은 한반도 곳곳에서, 머나먼 만주벌판에서도 계속됐다. 최남단 제주라고 다르지 않았다. 제주의 3대 항일운동으로는 ‘법정사 항일운동’, ‘조천만세운동’, ‘해녀항일운동’이 꼽힌다.
제주 산사에서 시작된 독립 열망 ‘법정사 항일운동’
지난해 개관한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 전시관. 제주도 제공.
1918년(무오년) 10월 7일 제주 서귀포 경찰 중문주재소에 불길이 치솟았다. 이 불길은 가혹한 일제의 식민통치에 저항하는 제주도민들의 목소리였다.
당시 각 마을에 배포한 격문에는 “우리 조선은 일본에 탈취당해 괴로워하고 있다.(중략) 10월 8일 대거 제주향(제주성내)을 습격해 관리를 체포하고 보통 일본인을 추방하라”고 적혀 있었다.
법정사 주지 김연일 스님과 강창규, 방동화 등 스님들이 주도한 이 거사는 향후 ‘법정사 항일운동’으로 불리게 된다.
법정사 스님들과 불교신자, 지역 농민 등 700여 명은 전선과 전신주를 잘라 통신을 끊고 일제에 조직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항쟁은 일제의 무력진압 앞에 짧은 시간 안에 끝났다. 이후 66명은 검찰에 송치됐고 재판 전 2명이 옥사했다.
당시 일제의 보복으로 법정사는 불에 타 없어졌지만, 발상지는 제주도 기념물 제61-1호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지난해 12월4일 ‘제주 법정사 항일운동 전시관’이 개관해 운영 중이다.
섬에서도 울려 퍼진 ‘만세’…‘조천만세운동’
조천만세운동 재현. 뉴스1
1919년(기미년) 유학생 김장환(당시 17세)은 서울 탑골공원의 만세 시위에 참여 후 고향 제주도에 독립선언서를 가슴에 품고 돌아왔다. 그에게 3·1운동 이야기를 전해 들은 숙부 김시범 선생은 제주에서 만세운동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거사일인 3월 21일 조천리 미밋동산(만세동산)에 15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독립선언식을 거행한 후 “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를 본 주민들이 동참하면서 행렬은 더욱 커졌다. 이들은 약 2㎞ 거리의 신촌리까지 행진하다 경찰과 충돌했고, 여기서 김시범 등 13명이 체포됐다.
만세운동은 사흘 후인 24일까지 이어져 함덕리, 신촌리 등 조천면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
조천만세운동은 제주의 대표적인 항일운동으로 꼽히며, 도내 민족교육운동에 불을 지핀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기려 오늘날까지 매년 3월1일 조천만세운동을 재연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광복 후 조천만세운동의 시발지인 미밋동산에 정자 ‘삼일정’이 지어졌고 그 옆에 3·1운동독립기념비가 있었다. 1991년 이후 조천만세동산 성역화사업을 통해 옛 기념물은 모두 헐고 그 자리에 ‘3·1독립운동 기념탑’이 새로 세워졌다. 이어 제주항일기념관도 건립돼 운영 중이다.
해녀 1만여 명의 생존투쟁…‘해녀항일운동’
해녀항일운동을 재현하는 모습. 뉴스1
제주해녀들도 항일운동에 앞장섰다. 1931년(신미년)부터 이듬해까지 제주 동부지역 해녀 1만7000여 명이 238회에 걸쳐 시위를 벌였다. 국내 최대 여성 항일운동으로 꼽힌다.
당시 해녀들은 일제 치하에서 수탈의 대상이 되었다. 해녀들이 채취하기도 전부터 바다속 어획물을 지정상인들에게 입찰시킨 후 지정판매권을 부여하는 ‘선구전제’ 판매를 강요했다. 이로 인해 해녀들은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채취물을 자유로이 판매할 권리도 빼앗겼다. 결국 성산포 해초 부정판매 사건, 하도리 감태·생복 가격 조작 사건 등은 해녀들이 거리로 나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해녀들의 항일운동은 생존투쟁이나 다름없었다. 가장 대표적인 시위는 1932년(임신년) 1월12일 세화장 시위였다. 종달·오조리 해녀 300여 명, 하도리 해녀 300여 명, 세화리 해녀 4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호미, 비창을 휘두르면서 만세를 외쳤다. 이후에도 해녀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관련자 검속 등이 진행되면서 추가 항쟁들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검거됐던 100여 명 가운데 해녀 김옥련, 부덕량, 부춘화 등 3명을 제외하고 해녀들은 모두 석방됐다.
해녀 항일운동을 기리기 위한 기념탑은 제주시 구좌읍에 세워졌으며, 매년 추모제와 함께 시가행진 재현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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