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배우 김강우가 아이들을 위해 집밥을 준비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15년째 흰쌀밥을 멀리한 ‘잡곡밥 마니아’로 알려진 김강우는 이날 저속노화를 위한 식재료로 주목받는 고대 곡물 ‘파로’를 주재료로 잡곡밥을 지었다.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10가지 고대 작물’로도 알려진 파로는 식이섬유를 비롯해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 등 60여 가지 영양소가 풍부하고 당뇨병 환자에게 특히 좋은 곡물로 꼽힌다. 당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당 곡물로 혈당 급상승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농림당국 자료에 따르면 파로는 당 함유량이 100g당 2.4g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에 저항성 전분은 100g당 17.1~21.2g에 이르러 혈당 관리에 장점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소장에서 포도당으로 분해·흡수돼 혈당을 높이는 일반 전분과 달리, 저항성 전분은 분해되지 않고 대장까지 도달한다. 이 때문에 대장 내부 유익균의 먹이가 될 뿐만 아니라 인체의 혈당이 천천히 오르도록 한다.
음식 섭취 이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혈당 스파이크’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부담을 줘 당뇨병의 주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 파로의 높은 저항성 전분이 이를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가정에서 흔히 조리하는 백미와 현미는 저항성 전분 비중이 100g당 1~2g 안팎에 그친다.
저항성 전분과 더불어 파로에 다량 함유된 식이섬유는 우리 몸에 단쇄지방산이 생성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탄소 사슬 길이가 짧은 지방산을 뜻하는 단쇄지방산은 장내의 미생물이 식이섬유나 저항성 전분을 발효하면서 주로 만들어진다.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높이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면서 장내 환경을 개선해 지방 합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로를 제대로 섭취하려면 양질의 파로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파로는 밀의 종류인 엠머, 아인콘, 스펠트를 통칭한다. 그 중 스펠트는 유전자 변형과 역사성 부족으로 정통성이 무너졌다고 평가된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주로 엠머밀만을 파로로 일컫는다. 파로는 1만2000년 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최초의 고대 곡물인데 고대 곡물이란 유전자 변형 및 교배를 시행하지 않고 최초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해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에서 재배되는 파로는 종자를 엄격히 선별하고 전문 인력이 관리하면서 이탈리아 농림부의 까다로운 기준에 맞게 재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쌀밥이 익숙한 국내에서는 파로 조리법으로 백미를 일부 대체하는 잡곡밥 짓기를 먼저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쌀과 파로를 7대 3 정도로 섞은 잡곡밥을 시작으로 파로 비율을 점차 높여가는 방식이다. 파로는 샐러드, 죽, 수프, 리소토 등 다양한 요리에 쓸 수 있고 면으로도 섭취할 수 있어 파스타, 국수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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