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창작-감상 방식 AI가 모두 바꿔… 공공지원은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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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 이젠 일방향 매체 안 원해”
AI 활용 창작, 피할수 없는 과제로
노진아 작가 인천공항 전시 인기

노진아 작가와 ‘인간공장’이 협업해 만든 작품인 ‘진화적 키메라―가이아’.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실시간 상호작용 조형물로, 대화 주제는 일상적 소재부터 사회 문제, 철학적 논의까지 다채롭게 넘나든다. 노진아 작가 제공
19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노진아 작가의 작업실. 처음 들어서니 실내에 가득 찬 기이한 두상 조형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주름까지 생생한 한 조형물은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며 사람의 움직임을 좇았다. 다른 두상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잠깐 다른 얘기 해도 될까요?”라며 대화에 끼어들기조차 했다.

이 작품들은 노 작가와 예술기업 ‘인간공장’이 대형언어모델(LLM) 챗봇과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만든 실시간 소통형 조형물.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전시하고 있는데, 관람객과 하루 3000번 넘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고 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기술융합예술 지원 플랫폼 ‘아트코리아랩’ 지원을 받아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노 작가는 “인공지능(AI)은 감상과 창작 방식을 전부 바꿔놓고 있다”며 “예술계에 미치는 파장이 피부로 느껴지는 상황에서 공공 지원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버팀목이 된다”고 말했다.

오늘날 창작자들에게 AI의 활용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기술융합예술에 도전하는 창작자들도 급증했고, 이를 지원하는 제도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아트코리아랩에 따르면 관련 지원을 받은 예술기업 수는 2023년 30곳에서 올해 65곳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올해 관련 컨설팅도 대폭 증가해 연말이면 1000건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박억 감독의 ‘너스텔지아’는 대표적인 사례다. AI가 관객과 대화하며 감정과 기억을 실시간 분석한 뒤 가상현실(VR)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VR 콘텐츠 스타트업 ‘식스도파민’을 운영하고 있는 박 감독은 “관객이 더는 일방향적인 영상 매체를 원하지 않는단 걸 느꼈다”며 “제작부터 마케팅, 법률 자문에 이르는 아트코리아랩 지원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고 했다.

관련 업계에선 예술 창작 환경이 이처럼 급변할수록 공공 지원이 중요한 성장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AI를 접목한 오디오비주얼아트 스타트업 ‘뉴튠’의 박승순 사내이사는 6월 아트코리아랩의 글로벌 교류·유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스페인 기술융합예술 축제에 참가했다. 그는 현지에서 해외 투자 제의를 받는 성과를 거뒀다. 박 이사는 “AI 분야는 맨땅에 헤딩하듯 살길을 찾아야 하는 분야”라며 “공공 지원은 스타트업에 소중한 자양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이런 지원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수도권 창작자를 돕기 위한 제도도 생겨나고 있다. 아트코리아랩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 등 6곳은 기술융합예술 저변 확대를 목표로 25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수령 아트코리아랩 본부장은 “내년부터 지방 기업이나 대학, 연구기관 등으로도 지원과 협력을 적극 넓혀갈 계획”이라고 했다.

특정한 유행 기술이나 산업화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설동준 프로젝트 퍼플비 공동대표는 “국내에선 기술융합예술이 AI 미디어아트 등 일부 ‘톱티어’ 장르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기초기술, 시니어 창작자를 아우를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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