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아파트(APT.)’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로제는 솔로 가수로서도 레이디 가가(12개 부문)와 켄드릭 라마(10개 부문), 사브리나 카펜터(8개 부문)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 대상 ‘올해의 비디오’ 후보는 K팝 최초
1984년 시작된 VMA는 그래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 4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특히 ‘보는 음악’을 강조하는 무대를 선보이며 시대를 대표하는 장면들을 남겨 왔다. 첫 시상식에서 마돈나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무대를 뒹굴며 부른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은 지금도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특히 로제는 K팝 아티스트 처음으로 VMA ‘올해의 비디오’ 부문 후보에 오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K팝은 세계적인 인기 덕에 2019년 ‘베스트 K팝’ 부문이 신설되면서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등이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상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올해의 비디오’는 물론 주요 상인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 등을 수상한 적은 없다.
지금까지 K팝의 VMA 수상은 영미권 가수들이 약세인 ‘그룹’ 위주로 한정돼 왔다. 2019∼2022년 4년 연속 BTS가 ‘올해의 그룹’ 상을 수상했고, 블랙핑크(2023년)와 세븐틴(2024년)도 받았다. 2020년 BTS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만약 로제가 ‘올해의 비디오’나 ‘올해의 노래’ 등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이는 K팝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우는 쾌거가 된다. 다만 경쟁은 워낙 치열하다. ‘올해의 비디오’ 부문은 슈퍼볼 무대로 폭발적 반응을 얻은 켄드릭 라마의 ‘낫 라이크 어스(Not Like Us)’,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의 ‘다이 위드 어 스마일(Die with a Smile)’, 빌리 아일리시의 ‘버즈 오브 어 페더(Birds of a Feather)’ 등 후보들이 막강하다.
● 글로벌 파급력은 누구 못지않아
하지만 세계적인 영향력을 따지면 로제도 강력한 후보인 건 틀림없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아파트’는 지금도 빌보드 등 세계 여러 차트에서 순위에 머무르고 있다.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K팝 여성 아티스트로는 역대 최고 순위인 3위를 기록했으며, 이후 41주 연속 차트 진입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이런 신드롬을 바탕으로 로제는 올 4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기도 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로제가 이번 VMA에서 여러 부문을 수상한다면, K팝의 위상을 한층 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VMA는 인기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시상식이다. 로제가 8개 부문에 오른 건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는 의미”라며 “다만 주요 부문에 쟁쟁한 곡이 많아 결과를 쉽게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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