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식물도, 동물도 아닌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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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시인 신작 ‘… 바다 아네모네’
규정-정의 벗어난 움직임에 주목

“오늘 지나고 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씨에게/하루도 같은 하늘을 준비하지 않은/나의 날씨에게”(시 ‘그리운 날씨’에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독일 세계문화의집 국제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김혜순 시인(사진)이 신작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난다)를 4일 펴냈다. 약 3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으로 시 65편을 8부로 나눠 실었다.

김 시인은 올 4월 한국 작가 최초로 미 최고 권위의 ‘예술과학 아카데미’ 인문예술 부문 회원이 되는 등 최근 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문학가로 손꼽힌다. 2015년 뇌 신경계 문제로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경험을 했던 시인은 2016년 작 ‘죽음의 자서전’부터 ‘날개 환상통’(2019년)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2022년)로 이어지는 ‘죽음 3부작’을 연이어 출간한 바 있다.

이러한 전작 시집들에선 육체의 고통을 한국 사회가 마주한 여러 죽음으로 연결시키면서 침잠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면, 이번 시집은 ‘목욕재계’하는 마음으로 쓴 시들을 모았다고 한다. 첫 수록작인 ‘그리운 날씨’에서 시인은 햇빛과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러운 날씨마저 “오늘 지나고 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순간이자 그리운 순간으로 반전시킨다.



김 시인은 시집 마지막에 해설 대신 수록한 ‘김혜순의 편지’에서 “어느 순간 찬물을 몸에 끼얹듯 다른 시를 써야겠다 생각했다”며 “이 시들을 만나지 못했으면 저는 얼굴에 죽음이 드리운 험한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이 시들을 쓰면서 고통도 슬픔도 비극도 유쾌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시인의 대표작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은 영문 번역본도 함께 수록했다. 식물도, 동물도, 어류도 아닌, 세상의 규정과 정의를 벗어던진 자유로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김혜순#신작 시집#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한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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