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에 앉은 ‘한옥 호텔’, IT기업이 택했다… 1박 최소 120만 원[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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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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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강원도 영월군 문개실 마을 일대에 단층 기와지붕 형태의 현대식 한옥 호텔 ‘더한옥헤리티지 호텔’이 문을 열었다.

이날 진행된 더한옥헤리티지 호텔 그랜드 오프닝 행사에는 조정일 대표를 비롯해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미국 출신 방송인 마크 테토 등 300여 명의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10만2000평 부지에 조성된 더한옥헤리티지는 그간 회원제 분양 독채 형태로 한옥을 운영해 왔다. 총 24개 객실 규모로, 10개 객실은 기존 회원제 독채(영월종택1·2, 선돌정)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호텔을 통해 14개 객실이 새롭게 일반 고객에게 개방됐다. 1박 가격은 가장 규모가 작은 객실 기준 120만 원부터 큰 객실 270만 원까지 다양하다.

테크기업이 택한 ‘한옥’, 배산임수 영월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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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한옥헤리티지 호텔은 IT테크기업 코나아이의 조정일 대표가 직접 설계 단계부터 참여했다. 벤처 1세대인 그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이어나가며 크게 두 가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사업과 디지털 세상의 본질에 대한 것이다.

조정일 대표는 “이탈리아 고대 건축물을 보며 ‘문화경제’의 힘을 깨달았다. 그때 가장 한국적인 것을 잘 발전시키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우리만의 고유한 것을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것. 그 답이 바로 한옥이었다”고 말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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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디지털이 아무리 발달해도 본질은 아날로그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모방한 것일 뿐”이라며 “AI가 인간을 대체할 시대가 와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진짜’를 찾을 것이다. 실제 자연과 문화, 그 속에서 호흡하는 아날로그적 경험을 갈망할 것”이라고 했다.

조정일 대표는 더한옥헤리티지 호텔이 호텔의 의미를 넘어 한옥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만큼 자연이 완벽한 곳은 드물다. 고도 600m 안팎의 산들이 겹겹이 쌓인 풍경, 산과 강과 바다가 어우러진 환경에서 우리의 문화적 DNA가 형성됐다”며 “더한옥헤리티지는 K팝, K뷰티에 이어 K아키텍처(건축)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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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일 대표가 더한옥헤리티지의 터를 영월에 잡은 것도 가장 한국적인 것을 발전시키겠다는 생각과 맞닿아있다. 그는 “‘자연 속 어디에 한옥을 앉힐 것인가’를 화두로 대한민국 전국을 탐사해 영월 문개실 마을에서 천혜의 땅을 찾았다”며 “강이 300도로 빙 둘러 휘감아 흐르고 겹겹이 쌓인 산으로 둘러싸인 배산임수의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땅의 중심은 소나무 숲이다. 소나무 숲을 그대로 두어 바람이 통하는 시그니처 장소로 만들었고, 산수화같이 첩첩이 쌓인 산(원경), 병풍처럼 펼쳐지는 선돌 명승지(중경), 소나무 숲과 한옥이 어울린 자연(근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세계문화유산 종묘 정전보다 넓어… 국제서도 인정
더한옥헤리티지 호텔은 건축면적 1697㎡(약 515평), 연면적은 1만1860㎡(약 3594평) 규모로 개관했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 정전(正殿)의 건축면적 약 1270㎡(384평)보다 넓은 규모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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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코너스위트 산, 가온, 소담, 솔, 소담한실 등 5가지 타입의 객실로 구성된다. 각 객실은 사계절의 자연을 조화롭게 담으며 한옥 고유의 미학을 담아냈다. 투숙객은 조식, 미니바, 웰컴드링크, 술시(주안상), 갤러리·누각 관람, 무료 한옥 도슨트 투어 등 다양한 혜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호텔 내 부대시설도 주목할 만하다.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몬토’,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올데이 다이닝 ‘나무’, 사계절의 정취를 마주하는 라운지 ‘고요’, 장인의 손길이 머문 갤러리 ‘결’, 별빛을 감상할 수 있는 누각 ‘별재’ 등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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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한옥헤리티지는 이미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았다. 2024년 유네스코와 국제건축가협회가 주관하는 베르사유 건축상 호텔 부문 세계 1위를 수상했으며, 국제 인테리어 디자인 협회(IIDA)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 호텔 부문에서도 한옥 건축물 최초로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뉴 헤리티지’ 확장 지속… 사대문 ‘한옥 스테이트 존’ 구축 목표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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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한옥헤리티지는 장기적으로 한옥 문화복합단지로 확장될 전망이다. 우선 내년 1월 봄‧여름의 생동감을 담은 춘하정사와 가을‧겨울 고요함을 품은 추동정사 등 독채 2채를 선보인다. 같은 해 6월에는 한옥 수영장, 찜질방, 갤러리, 카페 등을 갖춘 라온재가 완공될 예정이다.

한옥 문화복합단지는 2028년 전체 완공 계획이다. 각 블록마다 계절의 특성과 고유한 테마를 담은 종합적인 공간이 될 전망이며, 1박 단기 체험부터 장기 체류까지 모든 투숙객의 니즈를 수용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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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일 대표는 한옥 문화복합단지를 넘어 서울 사대문 안에 ‘한옥 스테이트 존’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는 “현재 적합한 부지를 물색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이 서울에서도 한옥의 진정한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도심형 한옥 호텔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뉴욕, 파리 등 해외 주요 도시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K아키텍처의 대표주자로서 한국 건축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현지 법규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한옥의 본질적 가치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코나아이는 지역화폐 플랫폼 개발업체로, 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지역화폐 사업의 운영 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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