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돌아왔다… 20주년 기념 내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1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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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초연 배우로서 유일하게 무대에 오른 배우 ‘다니엘 라부아’.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평생 학문과 신에게 헌신했던 주교가 한 여인을 향한 욕망에 휩싸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심지어 그녀의 시선은 다른 남자에게 향해 있고, 이루지 못할 사랑은 집착과 질투로 일그러진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이런 뒤틀린 감정선으로 입체적 매력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2005년 한국 초연 당시 이 뮤지컬은 ‘파격 그 자체’였다. 성당을 형상화한 거대한 벽과 석상들이 움직이고, 근육질 댄서들이 성당의 종과 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퍼포먼스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대사 없이 52곡의 시적인 노래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은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매력도 잘 보여준다. 올해 20주년을 맞아 오리지널 투어팀이 내한한 이번 공연은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작품은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신앙과 욕망 사이에서 무너지는 주교 프롤로, 외모 때문에 멸시받지만 순정을 품은 종지기 콰지모도, 결혼 서약조차 내던지는 근위대장 페뷔스가 서로 다른 욕망을 쏟아내며 비극으로 치닫는다.

특히 1998년 프랑스 초연 때 무대에 올라 지금까지도 열연하고 있는 프롤로 역의 다니엘 라부아(76)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성량과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한다. 1막 하이라이트 ‘아름답다’와 ‘파멸의 길로 나를’에서 그의 목소리는 순애보와 정념 사이를 오가며 섬뜩한 긴장감마저 자아낸다.

배우와 댄서들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배우는 대체로 노래와 연기에 집중한다. 대신 전문 춤꾼 20여 명이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 서커스, 브레이킹 등을 아우르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미치광이들의 축제’ 무대의 광기는 객석까지 번지며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대중적인 넘버는 드라마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힘이다. 1막의 3중창 ‘아름답다(Belle)’는 프롤로의 추한 집착, 페뷔스의 눈 먼 욕망, 콰지모도의 순수한 사랑이 한순간에 충돌하하는 명장면. 2막 마지막 곡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에 등장하는 콰지모도의 절규 또한 절박한 감정선을 잘 드러낸다. 커튼콜에선 배우와 관객이 극 초반 넘버 ‘대성당의 시대’를 떼창하며 극에 대한 오랜 여운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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