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물방울은 마리아의 눈물같다”… 佛디자이너 손길로 살아난 김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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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관 서울서 김창열 회고전
가르데르 “작품-스토리텔링 엮어”

눈물이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내도록 전시된 김창열의 물방울 회화.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눈물이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내도록 전시된 김창열의 물방울 회화.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의 회고전 ‘김창열’이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6전시실 지하 깊숙한 곳엔 사방이 검은색으로 연출된 방이 있다. 여기엔 김창열의 물방울 회화 2점만 걸려 있다. 이 어두침침한 공간에 비치는 한 줄기 조명. 마치 캔버스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분위기가 자못 극적이다.

이 공간 디자인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현대미술관이 처음으로 초청해 협업한 해외 전문가로, 프랑스 출신 전시 디자이너인 아드리앵 가르데르의 손길이 닿은 결과물이다. 11일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 응한 그는 “김창열의 물방울은 마리아의 눈물이 떠오른다”고 했다.

실제로 가르데르는 미술관과 만나 예수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마리아를 담은 종교화 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는 김창열 작품에서 ‘애도와 속죄’라는 키워드를 끌어냈던 설원지 학예연구사의 해석과도 맞닿는다. 이에 물방울 연작의 전시 공간은 어둡고 무겁게 연출됐다.

그와 함께 전시공간을 디자인한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디자인기획관은 “가르데르의 프랑스 루브르-랑스 박물관의 석상 전시실 디자인을 인상 깊게 봐 김창열 전시에 그를 초청했다”며 “김창열 작가가 파리에서도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프랑스인의 시선으로 해석하면 더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리라 기대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 김 기획관이 디자인적으로 주목해주길 바라는 공간이 하나 더 있다. 6전시실 계단으로 내려가 마주하는 지하 복도와 옆 전시실로 연결되는 동선이다.

“이 복도엔 김창열이 가장 힘들고 주눅 들었던 시기인 뉴욕 시절 작품을 빽빽이 걸었습니다. 작가의 웅크린 마음과 새로운 것을 쥐어 짜내는 상황을 표현했죠. 복도 끝 넓은 전시실로 나가기 직전의 작은 벽엔 ‘밤에 생긴 일’을 배치했어요. 이 작품은 물방울 연작이 탄생하는 결정적 시기의 작품이거든요. 고뇌 끝에 물방울 회화가 탄생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동선을 짠 거죠.”(김 기획관)

“이번 전시 디자인은 작품과 공간, 스토리텔링을 서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서두를 장식한 유리 물방울 조각 ‘의식’부터 프랑스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과 사색의 공간인 ‘현상’, 기념비적 작품인 ‘회귀’에 이르기까지 전시의 모든 요소를 관객들이 주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끔요.”

‘김창열’전은 작가의 대표작과 초기작, 뉴욕 시기 등 미공개 작품 31점을 포함해 120여 점을 소개한다. 6, 7전시실은 작가의 작품을, 8전시실은 미공개 자료와 작품으로 구성한 ‘별책부록’ 성격의 공간이다. 12월 21일까지.

#김창열#물방울 화가#국립현대미술관#전시 디자인#아드리앵 가르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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