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30주년 성곡미술관, 그 자체가 ‘작품’이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6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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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점에서 보면 색면으로 조합한 사각형으로 보이는 조르주 루스의 작품 ‘서울, 성곡 II’.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술관에서 눈에 띄는 곳을 그림으로 담거나, 그곳을 찾은 관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아예 전시 공간 전체를 캔버스 삼아 색을 칠해 커다란 설치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국내외 미술가 14인이 개관 30주년을 맞은 성곡미술관을 재료 삼아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을 모은 전시가 16일 개막했다. 성곡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 ‘미술관을 기록하다’다.

참여 작가의 면면은 30세인 송예환부터 78세 프랑스 작가 조르주 루스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작가들은 2023년부터 미술관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관찰하며 작업을 구상해, 모두 신작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루스 작가는 미술관 2관에 복층 구조인 전시장 벽면과 기둥에 색을 칠했다. 이 색 띠들은 작가가 표시해 놓은 공간에 서서 보면, 2차원의 납작한 직사각형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고 믿느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에게 인상 깊었던 미술관의 여러 공간을 조합해 그린 민재영의 수묵화 ‘도시 전시 정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민재영 작가는 한지와 수묵을 이용해 미술관 주변을 산책하며 봤던 광경 중에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나 장소에 대한 기억과 정서를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미술관 관객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성지연 작가의 작품, 미술관 정원을 기록한 베로니카 엘레나와 윤정미 작가의 사진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

1995년 11월 개관한 성곡미술관은 성곡 김성곤(1913~1975)의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곡미술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1980년대 한국에 공공미술관이 부족하던 시절, 현대미술을 전시할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탄생한 한국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 중 하나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은 “미술관은 ‘성곡내일의작가상’으로 젊은 작가를 지원했으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주제전이나 해외 교류전을 운영해 왔다”며 “앞으로도 예술가들이 창의적으로 실험하며 성장할 토대가 되겠다”고 말했다. 12월 7일까지.

#성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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