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식물의 고고한 색, K-화장품에 물들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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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가유산청·클리오 손잡은 헤리티지 에디션
천연기념물 매화와 모감주 색 담은 아이 팔레트
댕기 머리 장식, 호작도 여권 케이스도 ‘히트템’


궁궐 창문을 열면 눈앞에 고운 풍경이 펼쳐진다. 매서운 겨울 끝에도 굴하지 않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 여름 장마 속에서 황금빛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감주나무. 전통이 간직한 이 빛깔과 향기가 K-화장품으로 거듭났다.
국가유산청과 K-뷰티 대표 기업인 클리오가 K-컬처 확산을 위해 최근 선보인 ‘프로 아이 팔레트 에어 헤리티지 에디션’ 얘기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담아낸 특별한 스토리텔링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 천연기념물 식물이 눈가에 피어나다

국가유산청과 클리오가 협업해 내놓은 ‘프로 아이 팔레트 에어 20호 매화빛 향기’
국가유산청과 클리오가 협업해 내놓은 ‘프로 아이 팔레트 에어 20호 매화빛 향기’
첫 번째 눈화장 제품인 아이 팔레트는 천연기념물 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매화는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으로, 고려와 조선의 문인들이 시와 그림으로 남겼다. 매화는 인내와 고결, 풍류와 강인한 정신을 상징한다. 이를 담아낸 20호 ‘매화 빛 댕기’는 은은한 분홍색 톤으로 절제된 기품을 표현한다.

두 번째 팔레트는 천연기념물 모감주나무의 꽃 색상과 황금빛 열매를 구현했다. 모감주나무 군락지는 오랜 세월 한국인의 생태 문화와 함께 했다. 21호 ‘모감주 밑 서재’는 가을빛을 담은 갈색 톤으로 안정감과 깊이를 전한다.

두 제품은 자연스러운 색감과 음영을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번들거림과 반짝임을 없앴다. 매끈한 질감과 깊이감 있는 색상이 한국적 미의식 속 절제된 아름다움과 맞닿는다.

>> 고증까지 고려한 궁궐의 품격

이번 제품 기획의 모티브는 궁궐 속 풍경에서 출발했다. 올리브영 단독 기획 세트의 창틀 디자인은 창덕궁 돈의문이다. 마치 궁궐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단품 상자 디자인에는 창덕궁 부용정과 낙선재 뒤편의 상량정이 적용됐다. 단청 문양은 경복궁에서 따왔다. 모두 국가유산청의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자인됐다.

부용정과 상량정 이미지에는 빛에 따라 은은하게 반짝이는 효과를 줘 전통 자개가 빛나는 듯한 고급스러운 인상을 전한다. 단순한 패키징을 넘어 소비자들이 전통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경험하게 했다.

팔레트 용기의 양쪽 끝 창틀 밖으로는 매화와 모감주나무의 풍경이 펼쳐진다. 왕비가 창가에 앉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화장을 즐기는 장면이 절로 연상된다. 전통 요소를 현대 소비자에게 감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국가유산청과 클리오가 치밀하게 고민한 결과다.

>> 영친왕비 댕기 영감받은 한정판 굿즈

영친왕비 댕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댕기 머리장식 사은품
영친왕비 댕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댕기 머리장식 사은품
올리브영 단독 기획 세트에는 댕기 머리 장식(스크런치)이 포함됐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왕실 유물인 영친왕비의 앞 댕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한정판 패션 굿즈다. 클리오는 ‘역사를 손에 쥐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영친왕비 댕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MZ세대 소비자들이 소장 가치를 느껴 열광적으로 구매에 나섰다.

우리 전통 궁궐 디자인을 본뜬 아이 팔레트 제품(위)과 호작도 여권 케이스
우리 전통 궁궐 디자인을 본뜬 아이 팔레트 제품(위)과 호작도 여권 케이스
이번 협업은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낸 전략이 통했다. 국가유산이라는 확실한 내러티브를 상품에 입혀 차별화했다. 이달 초엔 호작도 여권 케이스를 선보여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을 이어갔다. 상당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 때 올리브영을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을 기념하는 아이템’으로 제공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우리 정체성과 자부심을 일깨워주는 국가유산과 K-뷰티가 만나 K-컬처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돼 뜻깊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우리 유산의 가치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앞으로도 계속될 K-헤리티지 한류

이 프로젝트의 성공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전략도 큰 역할을 했다. 클리오는 광복절 전날 밤 9시, 국가적 상징성이 큰 시점에 맞춰 신제품 홍보 콘텐츠를 공개했다. 출시 맥락과 시의성이 맞아떨어지며 큰 파급력을 일으켰다. X(구 트위터)에서는 해당 콘텐츠가 119만 뷰를 기록했다. 댓글에는 “역사와 뷰티의 만남이 감동적”, “소장각”, “한국 여행 가면 꼭 사야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도 언박싱 영상과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자발적 리뷰가 쏟아졌다. “발색과 제형이 뛰어나면서도 전통 스토리가 특별하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SNS·오프라인 소비 연결의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판매 수익의 일부는 국가유산 보존과 가치 확산에 기부된다. 왕실 유산 가운데 동·식물 문양을 품은 유물의 보존 처리에 쓰일 예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화장품을 구매하는 순간 국가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기여하는 셈이다. ‘아름다움을 소비하며 지켜낸다’는 새로운 개념으로 동참의 의미를 강화하게 된다.

한현옥 클리오 대표는 “이번 국가유산청과의 협약은 클리오가 소중한 국가유산을 지키고 계승하는 새로운 문화적 여정의 출발점”이라며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 기획 상품 개발과 수익 기부를 통해 전통문화와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과 클리오는 앞으로도 국가유산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기획 상품을 개발하고, SNS를 통한 글로벌 홍보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K-팝과 K-드라마를 넘어 K-헤리티지가 새로운 한류의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궁궐 창틀 사이로 보이는 매화와 모감주의 풍경처럼 한국의 전통은 오늘날 세계인의 일상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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