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강변의 여객선 터미널을 리노베이션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 단지 ‘첼시 피어’ 전시장에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채운 바닷물이 쏟아질 듯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 빔 프로젝터 영상이지만, 높은 화질과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CG) 덕에 진짜 바다보다 더 실감 나게 다가왔다. 또 다른 전시장에선 벽면에 화려한 꽃들이 가득했고, 관객의 발자국에 따라 꽃잎이 흩날리기도 했다.
한국 특유의 감각과 고도의 기술을 살린 몰입형 디자인 전시 브랜드 ‘아르떼뮤지엄’이 뉴욕에 진출했다. 중국 홍콩과 청두(成都), 미 라스베이거스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이뤄낸 성과. 개관 기념 행사가 열린 이날 현장은 ‘K아트’의 또 다른 도약을 기대할 만한 자리였다.
● 뉴욕 마천루와 한국 민화의 만남
아르떼뮤지엄은 강원 강릉과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사랑받는 콘텐츠다. 이날 뉴욕 전시장에선 폭포와 꽃, 해변, 파도, 숲 등 아르떼뮤지엄 대표 테마인 ‘영원한 자연’을 주제로 한 콘텐츠 16점이 펼쳐졌다. ‘꽃’ 전시장은 무궁화 씨앗의 생애에 관한 영상과 관객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변하는 인터랙티브 요소가 추가됐다. 마지막 전시장 ‘가든’에선 뉴욕의 대표적인 풍경과 한국의 산수화, 민화 등 전통문화를 결합한 ‘뉴욕 이즈 아트(Newyork is Art)’ 영상이 상영됐다.
아르떼뮤지엄을 운영하는 ‘디스트릭트’ 부사장이자 콘텐츠 총괄 기획자인 이상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인지 현지 관객들이 십장생 등 동양적 요소를 좋아해 적극 활용했다”며 “안견의 몽유도원도도 삽입했는데, 이 그림이 일본에 있지만 한국의 작품임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약 4800m² 규모인 아르떼뮤지엄 뉴욕은 2023년 개관한 ‘아르떼뮤지엄 라스베이거스’의 약 2배 크기. 주변엔 각종 운동이 가능한 대규모 시설도 있어 주말을 즐기는 가족이나 관광객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특히 ‘꽃’과 ‘정원’에 큰 관심을 보였다.
● ‘누적 관객 천만’ K아트의 도전
뉴욕 진출은 야망 있는 문화 콘텐츠 제작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일. 디스트릭트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실내 4D 테마파크인 ‘라이브 파크’를 만들었고, 2020년 서울 코엑스 대형 전광판에서 상영한 ‘웨이브’(WAVE)로 주목받았다. 같은 해 제주에 ‘아르떼뮤지엄’을 개관했는데, 이때부터 뉴욕 진출을 꿈꿨다고 한다.
“2021년 뉴욕 ‘원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 운영사의 초청을 받아 ‘워터폴 NYC’를 선보였을 때 반응이 뜨거워, 그때부터 전시장 개관을 맘먹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에다 개관 절차나 규제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5년이나 걸렸지만 무척 자랑스럽습니다.”(이 부사장) 세계 곳곳에 포진한 아르떼뮤지엄을 찾은 전체 누적 관객은 지난달 기준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2023년 선보인 라스베이거스 지점이 가장 큰 매출을 냈다고 한다. 입장료가 한국보다 3배가량 높지만, 지난해 연매출이 2059만 달러(약 290억 원)로 디스트릭트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할 정도다. 올해도 하루 평균 방문객이 1485명으로 지난해보다 40% 늘었다. 디스트릭트 측은 “한국 전시장의 경우 개관 몇 년이 지나면 관객이 다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미국은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이 꾸준히 유입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19일 정식 개관한 아르떼뮤지엄 뉴욕은 앞으로 10년 동안 이 공간에서 상설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어제 전시를 보러 온 한 미국 할머니가 우리를 붙잡고 ‘정말 감동받았다. 이런 전시는 처음이다’고 말해 놀랐다”며 “한국의 뛰어난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를 보여줘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성장할 계기를 뉴욕에서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