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환 기자 jean@donga.com지난해 한 댄스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무용계 스타’가 된 기무간(32)이 11월 6~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되는 서울시무용단 ‘미메시스’ 중 ‘장검무’를 시연했다. 연이어 김하연 서울시무용단 수석단원(46)이 보여준 춤은 ‘교방무(敎坊舞).’ 까만 치마 아래 자분자분 움직이는 흰 버선발이 고요하지만 쉴 새 없이 흐르는 물처럼 느껴졌다.
‘미메시스’는 우리나라 전통춤 8가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옴니버스로 구성한 신작. 각 춤을 이루는 본질적 움직임을 찾아내 이를 자연의 속성과 연결했다. 과거 농악에 맞춰 추던 ‘소고춤’에서 농부들의 발디딤과 그 토대인 땅을 끌어내는 식이다. 서울시무용단장이자 두 무용수의 스승인 윤혜정 단장이 안무를 맡았다. 이번 공연에 객원 무용수로 합류한 기무간은 장검무와 태평무를 선보인다. 김하연은 교방무와 소고춤, 살풀이춤을 맡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김하연은 “전통춤에 내재된 자연의 흐름과 섭리를 재해석한 작품”이라며 “풍파를 거쳐 열매를 맺고 다시 저무는 인생이 세련된 절제미로 표현된다”고 말했다. 기무간은 “일상에서 감흥을 잘 못 느끼는 성격이지만, 팔도강산 천지자연에 대해서만큼은 다르다”고 했다.
음악은 규격화된 전통 장단과 악기에서 벗어나 작품에 신선함을 더했다. 예를 들어 ‘승무’에선 전통적으로 쓰이는 향피리, 장구 등 삼현육각(三絃六角) 대신 징과 아쟁, 입소리가 사용된다. 김하연은 “전통 장단을 바탕으로 하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주돼 어려우면서도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안무에 맞춰 현대적으로 탈바꿈한 전통 의상도 볼거리. 교방무의 경우 섬세한 발동작이 잘 보이도록 시스루 밑단 치마를 착용했다.
이번 공연은 기무간의 전통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2016년 제45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한국무용 창작 남자 부문 동상을 받은 한국무용수지만, 대중에겐 여러 장르가 다채롭게 섞인 춤으로 이름을 알렸다.
“개인 공연에선 앞으로도 전통춤을 보기 어려울 거예요.(웃음) 최근 높아진 인기가 여전히 낯선데, 오히려 평생 낯설게 느끼려 해요. 그래야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더 잘하고 싶어서 열등감을 즐기는 편입니다.”
경력 35년차 베테랑인 김하연은 기무간의 춤에 대해 “세간에선 ‘날것의 매력이 느껴진다’는 평이 많은데, 그 역시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라고 했다.
“예전부터 공연을 찾아볼 만큼 관심 많은 무용수였어요. 눈앞 무대로 보면 완벽에 완벽을 추구한 동작임을 바로 느낄 수 있죠.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 뜻깊어요.”
K컬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진 지금, 그 뿌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한국무용의 매력은 뭘까. 두 무용수는 “핵심은 정중동(靜中動)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만가만한 동작에 알맞은 ‘숨’을 더하면, 그것이 곧 춤사위가 되고 춤선을 이루죠. 한국무용만의 독보적인 매력입니다. 해외에서도 이런 정중동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기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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