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소녀시대’ 임윤아(35)는 ‘대장금’(2003~2004)이 21년 만에 환생한 것처럼 보였다. tvN 종방극 ‘폭군의 셰프’ 속 ‘연지영’(임윤아)은 미각과 요리 솜씨가 뛰어나 ‘서장금’(이영애)을 떠올리게 했다. 여성 원톱물에 K푸드가 나오고, 경연을 통해 단계별로 성장하는 서사 등도 비슷해 향수를 자극했다. 윤아는 1년 가까이 이 작품에만 매달렸다. 촬영 전 3개월간 요리 학원을 다니고, 대부분 대역없이 소화했다. 폭군의 셰프는 제2 대장금으로 불리며 K푸드 신드롬을 일으켰는데, 윤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나도 대장금을 보고 자란 세대다. 처음에 폭군을 셰프 극본을 받고, ‘대장금처럼 요즘 시대에 요리 관련 흥미로운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바랐는데, 그렇게 표현해줘서 감사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음식은 어딜 가나 누구나 좋아하는 소재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한 번 더 든다. 장태유 감독님이 준 (요리 관련 작품) 리스트에 대장금은 없었지만, 다 본 시청자로서 ‘그런 작품이 되면 영광이겠다’ 싶었다.”
이 드라마는 스타 요리사 ‘연지영’(임윤아)이 조선시대로 타임슬립, 최악의 폭군이자 최고의 미식가 왕 ‘이헌’(이채민)을 만나 요리 능력을 펼치는 이야기다.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가 원작이며, 여러 작가가 함께 썼다. ‘밤에 피는 꽃’(2024) 장태유 PD가 연출했다. 1회 4.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2회 17.1%로 막을 내렸다.
요즘 윤아는 어딜 가든 ‘대령숙수’로 불려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요리, 음식은 누구나 다 좋아할 소재이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해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얼떨떨해 했다. 경합 신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매 경합을 일주일씩 촬영했다. 명나라 숙수들과 경합은 1~4차 합쳐서 한달 가량 촬영해 잊지 못할 것”이라며 “(시금치)된장국으로 승부를 봐 대령숙수로서 실력을 입증한 신도 빼놓을 수 없다”고 짚었다.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해 사극 말투 대신 현대어를 써 편했지만 고민이 적지 않았다. “현대에서 왔다는 느낌을 주고, 조선 시대와 대비되는 말이 뭐가 있을까 싶었다. 극본에 써 있지만 줄임말, 영어 등이 자기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오는 분들 있지 않느냐. 이 시대 사람 같지 않을 것 같았다”며 “나중에는 이헌, 숙수 등도 연지영화 돼 메뉴 만들 거나 맛 표현할 때 쓴 현대어를 했다. 오트퀴진(프랑스어로 최상급 요리)을 ‘어떡하지’로 알아들었는데, 파스타도 다양한 버전이 있었다. 직접 아이디어를 냈는데, 또 하나의 재미 요소”라고 귀띔했다.
지영 요리 맛을 표현할 때 병맛 요소로 웃음을 줬다. 컴퓨터그래픽(CG)도 압권이었다. 북경오리를 맛보고 칼춤을 추거나, 마카롱이 CG로 ‘띠용’ 하고 나와 실소가 터지게 만들었다. “감독님이 촬영할 때 이런 식으로 연출할 거라고 얘기해줬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달랐다”면서 “처음에 CG 완성 컷을 보고 ‘와~우리 드라마는 이런 톤이구나’ ‘정말 재미있다’ 싶었다. 감독님 작품 중에도 이렇게 표현한 건 없었다”며 웃었다.
“이헌이 사슴고기를 먹고 나와 갈대 밭에서 앞섬을 풀어헤치지 않았느냐. 갈대 밭은 진짜고, 앞에 뛰어다닌 사슴은 CG였다. MSG를 처음 맛 봤을 때 새우, 표고버섯 등이 떠다니고, 명나라와 경합에서 봉황 등이 날라 다닌 CG 등이 인상 깊었다. 요리한 음식은 한 입씩 다 맛봤다. 내가 만든 요리가 어떤 맛인지 궁금했는데, 진짜 다 맛있었다. 그중 된장 파스타와 뵈프 부르기늉이 가장 맛있었다. 부르기늉은 살짝 달콤한 갈비찜 같았다.”
중·후반부로 갈수록 지영과 이헌 로맨스로 설렘을 줬다. 당초 박성훈이 이헌 역에 캐스팅됐으나, SNS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패러디 음란물 포스터를 올려 물러났다. 이채민이 중간 투입됐는데, “항상 선배, 또래 동료들과 호흡 맞추다가 연하 파트너는 처음”이라면서 “그동안 파트너들에게 도움 받거나 힘이 된 부분을 떠올렸다. 이채민씨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말하지 않아도, 그 캐릭터로서 잘 표현해줬다”며 고마워했다.
마지막회에서 지영과 이헌은 위기를 딛고 현대에서 재회해 사랑을 이어갔다. “10회에서 이헌이 ‘나의 반려가 돼 달라’고 고백했을 때 지영이 ‘내가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신은 설레면서 마음이 찡했다. 이헌과 지영 마음이 가장 많이 표현 돼 그 신을 빼놓고 싶지 않다”고 꼽았다.
“지영은 어떤 상황이 와도 진짜 씩씩하다. 그런 점이 멋있고, 본인 일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한 자신감이 있다. 그런 부분이 캐릭터를 멋지게, 돋보이게 해줬다. 끈기가 닮았다. 지영이는 어떤 상황에 처해져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줘 씩씩하고 끈기 있다고 생각했다. 나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꿋꿋하게 주어진 일을 해나가서 끈기적인 면에서 닮은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남장에 도전했고 대령숙수, 요리사 등 다양한 의상을 소화했다. “일단 대령숙수복은 입을 게 많았다. 파란색 저고리, 치마와 속치마, 앞치마, 벨트, 모자, 팔토시도 했다. 겨울에 촬영할 때는 따뜻했는데 여름에는 열이 빠져나갈 공간이 없어서 땀이 났다. 힘들긴 했지만, 대령숙수 옷을 입었을 때 가장 갖춰진 느낌이 들었다.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면서 “갓을 쓰고 남장처럼 옷을 입은 건 그간 못 보여준 모습이다. 스스로 ‘갓지영’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귀엽고 재미있었다”며 만족했다.
“‘지영바오’라는 수식어가 기억에 남는다. 전하와 첫 입맞춤하고 다음 날 잠을 설쳐서 다크서클이 생긴 채로 마주쳤는데, 팬더처럼 생겨서 지영바오라고 불러주더라. 연기적인 면도 칭찬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연지영이 나오면 더 재미있다’ ‘음식 보는 재미가 있다’ ‘오버스럽지만 재미있게 잘 살렸다’ 등의 칭찬이 감사하다. 드라마에서 호흡이 많이 차지하다 보니 (이채민과) 케미를 좋게 봐준 것도 기분 좋은 반응 중 하나다.”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 곧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 ‘빅마우스’(2022)부터 ‘킹더랜드’(2023) 폭군의 셰프까지 3연속 흥행에 성공했다. 전작인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2025) 부진 아픔도 말끔히 씻었다. 폭군의 셰프 시즌2 관련해선 “아직 얘기를 듣진 못했지만, 모든 배우들이 함께 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어쩌다 보니 그동안 출연한 작품에 코미디라는 공통 지점이 있는데,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잘 할 수 있겠다’ 싶은 걸 선택했다. 비슷한 장르로 보일 수 있지만, 그걸 딱 고집한 건 아니다. 로코 장인이라고 불러주면 감사하다. 폭군의 셰프는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다양함이 다 들어있는 작품이다. 씩씩하면서 여린 부분도 있고, 최고의 위치에서 실력과 멋짐을 보여줬고 로맨스도 있다. 다양한 모습이 담겨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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