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필의 연주는 슬라브와 서구 전통의 흥미로운 결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30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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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필하모닉 지휘자 셰몬 비치코프

2023년 첫 내한 공연을 가졌던 체코 필하모닉의 지휘자 셰묜 비치코프는 “한국 관객들은 매우 따뜻하고 집중력이 높았다”며 “관객에게 굉장한 에너지를 받았기에 이번 공연에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체코 필하모닉은 슬라브 오케스트라이면서도 서구 문명과 전통의 일부에 속해있습니다. 이 두 요소의 결합은 빈 필하모닉이나 콘세르트헤바우의 소리와는 다른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체코 필 하모닉이 그런 고유한 특성을 지닌 오케스트라란 사실이 저는 매우 기쁩니다.”

세계적인 지휘자 셰몬 비치코프(73)가 이끄는 유럽의 명문 악단 체코 필하모닉이 다음달 28~29일 서울 예술의전당콘서트홀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체코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인 비치코프는 최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교양악단의 사운드가 점점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개인이 고유한 목소리를 지니듯 오케스트라도 고유한 음향을 지녀야한다”며 “지휘자의 책임은 자신의 개성을 오케스트라의 위대한 전통과 뚜렷한 정체성에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태생 미국인으로 2018년부터 체코 필하모닉 상임지휘를 맡고 있는 비치코프는 1985년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며 데뷔한 이후 런던 심포니, 빈 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뉴욕 필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 첫번째 날인 28일 1990년 체코 민주화의 상징적인 음악인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전곡을 연주한다. 80분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의 작품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를 받던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한 민족적 정서가 뚜렷하게 담겨 있다”며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조국이 있고 거기서 느끼는 감정은 뿌리와 소속감, 자부심, 그리고 어두운 역사로 인한 아픔 등으로 비슷하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체코 필하모닉 단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 음악을 접하며 이들이기에 그들의 연주는 엄청난 감동과 풍요로운 경험을 준다”고 말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두 번째 날에는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그는 “투어를 할 때는 체코 필하모닉이 지닌 최고의 강점을 보여주는 음악을 연주하려한다”며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체코 필하모닉의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비치코프는 차이콥스키가 “첫사랑 같은 음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열두 살 처음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본 후 당장 중고 악보를 샀고 밤마다 몰래 악보를 펼친 뒤 지휘 흉내를 냈다”며 “그는 본질적으로 진실되고 삶을 사랑하는 기쁨을 아는 고귀한 사람이었고 그게 그의 음악에 묻어났다. 그랬기 때문에 전 세계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알진 못합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 알아도 괜찮지만, 모순이 많은 세계에서 위대한 음악은 갈등과 모순을 품고 해답을 찾아냅니다. 어려운 때 일수록 가장 뛰어난 클래식 음악이 주는 정신적 양식이 더 필요하죠. 훌륭한 예술을 이른 시기에 접할수록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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