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특성 지닌 체코 필하모닉… 빈-RCO 소리와 다른 결과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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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비치코프 28, 29일 내한공연
교향악단 비슷해지는 경향 보여
사람 목소리 다르듯 색깔 지녀야
위대한 음악, 모순 품고 해답 찾아

2023년 첫 내한 공연을 가졌던 체코 필하모닉의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는 “한국 관객들은 매우 따뜻하고 집중력이 높았다”며 “관객에게 굉장한 에너지를 받았기에 이번 공연에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체코 필하모닉은 슬라브 오케스트라이면서도 서구 문명과 전통의 일부에 속해 있습니다. 이 두 요소의 결합은 빈 필하모닉이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RCO)의 소리와는 다른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체코 필하모닉이 그런 고유한 특성을 지닌 오케스트라란 사실이 매우 기쁩니다.”

세계적인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73)가 이끄는 유럽의 명문 악단 체코 필하모닉이 28,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비치코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교향악단의 사운드가 점점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개인이 고유한 목소리를 지니듯 오케스트라도 고유한 음향을 지녀야 한다”며 “지휘자의 책임은 자신의 개성을 오케스트라의 위대한 전통과 뚜렷한 정체성에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태생의 미국인인 비치코프는 2018년부터 체코 필하모닉 상임지휘를 맡고 있다. 1985년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며 데뷔한 뒤로 런던 심포니, 빈 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뉴욕 필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협업을 이어온 지휘자다. 절묘한 균형감과 예리한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체코 필하모닉의 음색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대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첫째 날인 28일에는 1990년 체코 민주화를 상징하는 음악인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전곡을 연주한다. 80분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작품이다.

“체코가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를 받던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한 민족적 정서가 뚜렷하게 담겨 있는 곡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조국이 있고 거기서 느끼는 감정은 뿌리와 소속감, 자부심, 그리고 어두운 역사로 인한 아픔 등으로 비슷하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하죠. 체코 필하모닉 단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 음악을 접했던 이들이기에 그 연주는 엄청난 감동과 풍요로운 경험을 줍니다.”

둘째 날에는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비치코프는 “투어를 할 때는 체코 필하모닉이 지닌 최고의 강점을 보여주는 음악을 연주하려 한다”며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은 체코 필하모닉의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차이콥스키가 “첫사랑 같은 음악”이라고도 했다.

“열두 살에 처음 차이콥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본 뒤 당장 중고 악보를 샀어요. 밤마다 몰래 악보를 펼친 뒤 지휘 흉내를 냈습니다. 본질적으로 진실되고 삶을 사랑하는 기쁨을 아는 고귀한 사람이었고, 그게 그의 음악에 반영됐기 때문에 전 세계의 마음을 울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치코프는 지금 현 시대에 클래식 음악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모든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알진 못합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 알아도 괜찮지만, 어지러운 세계일수록 위대한 음악은 갈등과 모순을 품고 해답을 찾아내죠. 훌륭한 예술을 이른 시기에 접할수록,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확신합니다.”

#체코 필하모닉#세묜 비치코프#내한 공연#오케스트라#스메타나#나의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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