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음악엔 땅끝까지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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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서초구 세실리아하우스 음악 연습실. 류이치 사카모토 2주기 트리뷰트 콘서트에서 피아노를 맡은 오스트리아 ‘린츠 오페라 극장’ 한주헌 상임 지휘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사카모토 선생님의 음악을 연주하다 보면 ‘이 분은 나와 다른 중력을 가졌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요.”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한주헌 씨(45)는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의 음악을 “땅 끝까지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너무 크다”고 표현했다. 한 씨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사카모토 류이치 2주기 트리뷰트 콘서트’에서 피아노를 맡는다. 첼리스트 주연선,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과 함께 꾸미는 트리오 무대다.

사카모토 트리뷰트 공연은 2023년 3월 타계한 사카모토에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제천영화음악상’을 수여한 게 계기가 됐다. 이듬해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수원, 성남 등을 거쳐 여섯번째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국내 팬들이 고인의 음악을 만나는 ‘단비 같은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한 씨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사카모토의 음악이 살아 숨 쉬는 듯한 기분이 든다”며 “그의 음악이 관객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 거장이던 사카모토는 영화 ‘마지막 황제’(1987년)로 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도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년)의 주제가로 쓰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등 많은 곡이 사랑받았다.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님의 음악은 동양적인 선율과 신비로운 화성이 어우러져 한국인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저는 정신없이 일을 해치우다가도 선생님의 음악을 들으면 시계가 천천히 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한 씨는 이번 공연을 위해 일부 곡은 새로 편곡했다. 그는 “피아노 솔로곡인 ‘오퍼스(Opus)’를 바이올린, 첼로 솔로를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트리오로 만드는 등 원곡의 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여러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선화예고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 씨는 영화음악에 매료돼 ‘말죽거리 잔혹사’, ‘마파도’ 등 2000년대 영화 약 40여 편의 음악 작곡에 참여했다. 뒤늦게 지휘에 매력을 느껴 2009년 독일 만하임 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했다.

2019년부터 오스트리아 린츠 주립극장에서 상임지휘자로 활동해 왔으나, 지난해부턴 사카모토 트리뷰트 콘서트를 통해 피아니스트로서 다시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올가을엔 아예 사표를 내고 한국에서 연주 활동을 늘리기로 했다. 한 씨는 “사카모토의 자서전을 읽으며 클래식과 현대음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그의 모습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번 콘서트에선 ‘레인(rain)’ 등 사카모토의 대표곡은 물론 ‘셀프 포트레이트(self portrait)’와 같은 골수 팬들이 좋아하는 숨겨진 명곡까지 18곡을 들려준다. 한 씨의 ‘원 픽(One Pick)’은 피아노 솔로곡 ‘에너지 플로우(Energy Flow)’.

“들을 때마다 다른 공간으로 데려다 주는 듯한 차분함을 지닌 곡이에요. 사카모토의 음악이 지닌 깊은 울림과 따뜻한 위로가 관객들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사카모토 류이치#트리뷰트 콘서트#한주헌#피아니스트#지휘자#영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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