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멜로 가뭄 시대’에 오랜만에 한국 멜로 영화 두 편이 극장가를 찾아온다. 25일 개봉하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와 31일 선보이는 ‘만약에 우리’이다.
두 작품은 화제성과 흥행력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해외 영화가 원작이란 점도 공통점. ‘만약에 우리’는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오늘 밤…’은 동명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멜로 작품에서 무엇보다 관객층의 몰입을 결정짓는 남자 주인공 캐스팅. 두 영화를 이끌어가는 ‘남주’들을 만나봤다.
● ‘숨은 멜로 장인’ 구교환
구교환. 쇼박스 제공
배우 구교환(43)은 ‘만약에 우리’로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멜로영화에 도전했다.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기억을 헤집어보는 현실공감 연애 스토리다.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평은 ‘은호와 연애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이라며 “배우로서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칭찬이었다”고 했다.
2020년 영화 ‘반도’로 데뷔한 구 배우는 영화 ‘모가디슈’, ‘탈주’, 넷플릭스 시리즈 ‘D.P.’ 등 주로 장르물에서 활약해왔다. 하지만 이번 작품으로 ‘숨은 멜로 장인’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절절한 연기를 보여준다. 구 배우는 “겸손이 아니라 정말로 가영 씨 덕”이라며 칭찬을 상대 배우에게 돌렸다.
구교환. 쇼박스 제공“연기를 하다 보면 ‘아 저 사람은 은호를 진짜처럼 만들어주고 있구나’ 하는 지점들이 있어요. 저와 가영 씨 둘 다 캐릭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멜로퀸’ 문가영은 구교환을 “연기 천재”라고 불렀지만, 그는 “제 재능은 노력이다. 정정해달라”며 웃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20대 역까지 소화했다. 자칫 무리일 수 있는 장면도 그의 천진함과 소년미가 설득력을 더한다. 구 배우는 “매 작품마다 맡은 역할을 찰떡같이 소화하고 싶다는 제 야망이 그렇게 드러난 게 아닐까”라며 “물리적 나이를 넘어 그 캐릭터 자체로 보이기 위해 애쓸 뿐”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어떤 배역을 만났을 때 자신감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 인물을 사랑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어요.”
● ‘멜로로 스크린 데뷔’ 추영우
추영우.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올해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우 추영우(26)는 ‘오늘 밤…’으로 첫 영화 주연까지 맡았다. 24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그는 “큰 스크린으로 제 모습을 본다는 게 너무 떨리고 설렌다”며 “어떤 것이든 좋으니 영화를 또 한번 찍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는 매일 기억을 잃는 서윤(신시아)과 매일 그의 기억을 채워주는 재원(추영우)이 서로를 지키며 기억해가는 청춘 멜로다. 일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2022년 영화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원래부터 청춘물을 좋아했다는 추 배우는 “시나리오 받기 전부터 소설과 영화 모두 재밌게 봤다”며 “첫사랑을 잘 담아내보고 싶은 마음과 김혜영 감독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추영우.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연기는 어느정도 경험에서 나온다”던 추 배우. 그는 풋풋한 10대를 연기하기 위해 그 시절 자신처럼 바보같이 웃고, 일부러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고 한다. 첫사랑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추 배우는 “고등학교 때 만났던 친구가 공부를 정말 잘해서, 그 격차를 좁히려고 열심히 했었다”며 “어떻게든 당시 기억들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떠올렸다.
추 배우는 올해 ‘옥씨부인전’, ‘중증외상센터’, ‘광장’ 등 다수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데뷔 4년 만에 유명세를 탔다. 그는 칭찬과 관심에 대해 “동력이 되면서도 부담도 느낀다”고 했다.
“저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다만 올해를 되돌아보면 후회 없이 열심히 한 것 같아 꽉 찬 1년이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