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렘 신부의 편지(사본)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이종수 센터장. 그는 “빌렘 신부는 안중근 의사에게 종교적인 것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와 서양 국가들의 현황을 소개해 그의 사상과 인격, 철학이 형성되는 데 큰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우리가 말로만 안중근 의사를 추앙한 것은 아니었는지 자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빌렘 신부의 미공개 편지를 공개한 이종수 연세대 안중근 사료연구센터장(국제캠퍼스 부총장)은 24일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100년 넘게 안 의사를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해 왔지만, 정작 관련 연구는 아직 미흡한 면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빌렘 신부가 파리외방전교회에 쓴 편지 중 일부는 학계는 물론이고 대중도 알 정도로 공개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 센터장이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를 방문해 조사했을 때 새로운 미공개 편지가 발굴됐다. 이 센터장은 “이 자체가 (연구 부족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센터장은 “빌렘 신부의 편지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제삼자의 시각으로 쓴 것이라 안 의사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이 안 의사와 관련된 사실을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안 의사에게 보낸 것으로 세간에 알려졌던 편지다. 이 센터장은 “조마리아 여사는 안 의사 면회를 간 두 아들(정근, 공근) 등을 통해 말을 전했을 뿐, 글로 쓴 ‘편지’는 발견된 적이 없다”며 “전언을 각색, 왜곡한 내용이 진짜 편지처럼 세간에 퍼진 것”이라고 했다. 관련 내용 중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한 천부(天父)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라는 문구도 “일각에서 조마리아 여사가 안 의사에게 죄를 참회하라고 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다음 생에 선하신 하느님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라는 말은 가톨릭 신부와 신자 사이에선 일상적 표현”이라며 “사람(이토 히로부미)을 죽인 죄를 지었으니 참회하고 다시 태어나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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