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생사의 경계를 정하는 사회, 그 앞에 선 사랑과 용서의 이야기. (안락한 삶 책표지)/ 출처-교보문고 갈무리
◇안락한 삶/ 이서현 지음/ 312쪽·17000원·열림원
안락사가 제도화된 사회, AI로 죽음을 평가받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민간 안락사 기업의 직원 ‘미래’ 앞에 치명적인 희귀병을 앓는 이복동생 ‘영원’이 고객으로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소설은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선택을 지켜보는 사람, 남겨진 이의 용서,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죽음을 허락하는 일은 인간적인가?”라는 질문에, 이 책은 제도나 논리 대신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응답한다. 죽음을 기술이 결정할 수 있는 사회에서 오히려 더 인간적인 선택을 고민한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현실에서 살짝 발을 떼고 있는 듯한, 특유의 명랑한 분위기”라는 림 문학상 수상 당시의 평처럼, 작가 특유의 문장이 빛난다. 안락사라는 주제를 다루되, 그 안에서 복잡하게 얽힌 감정과 관계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멈추지 못하는 뇌 / 조지프 제벨리 지음/ 344쪽·18500원·갤리온
번아웃에서 벗어나게 한 뇌의 비밀, ‘진정한 휴식’의 발견 (멈추지 못하는 뇌 책표지)/ 출처-교보문고 갈무리 인간의 두뇌 속에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두 가지 엔진이 존재한다. 목표 지향적으로 과제를 수행해내는 집행 네트워크와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하는 디폴트 네트워크다. 영국의 신경과학자인 저자가 강조하는 디폴트 네트워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진정한 휴식의 상태에서 극대화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휴식이라고 부르는 활동,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보거나 수다를 떨거나 심지어 잠을 자는 동안에도 디폴트 네트워크가 작동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진정한 멈춤’을 찾아 이론과 경험적 여행을 떠난다. 평생 일만 하다 번아웃에 희생당한 아버지의 사연에서 출발해 자신도 번아웃에서 탈출한 개인적인 경험 등이 어우러지며 읽는 이들의 공감력을 키운다.
◇한눈에 보는 전쟁 세계사1/ 이광희 지음·방상호 그림/ 144쪽·15000원·풀빛
역사를 잊지 않는 법, 전쟁으로 배우는 세계사 이야기. (한눈에 보는 전쟁 세계사1 책표지)/ 출처-교보문고 갈무리. 2025년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인류 역사 이래 전쟁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한눈에 보는 전쟁 세계사’는 기원전 페르시아 전쟁부터 칭기즈 칸의 정복 전쟁까지, 주요 전쟁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한다. 우리나라도 분단 국가로서 전쟁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아 ‘전쟁’이라는 주제에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AI와 로봇 등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전쟁 양상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책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2500년이 넘는 전쟁 역사를 폭넓게 다룬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되새기며, 어린이들이 역사에 흠뻑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타로카드 읽는 카페/ 문혜정 지음/ 384쪽·18000원·창비
마음을 비추는 타로, 그 속에서 찾은 사랑과 용서의 이야기. (타로카드 읽는 카페 책표지)/ 출처- 교보문고 갈무리. 심리학을 공부하고 플로리스트로 활동한 저자의 이력이 녹아든 문장들은, 타로카드를 단순한 예언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로 풀어낸다. 소설가의 꿈을 접고 타로 리더가 된 ‘신세련’. 그는 타인의 고민을 읽어주며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의 과거와는 아직 이별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알코올중독인 어머니, 어린 동생을 돌봐야 했던 가난한 성장기, 끊지 못한 옛 연인과의 인연. 이 모든 과거와 작별하려는 세련의 여정을 따라간다. 세련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동안 우리 자신의 아픔도 자연스럽게 읽히고 위로받는다. 웹툰 작가 유진주와의 사랑은 그녀가 자기 자신과 화해하도록 돕는 감정의 전환점이 된다. 진주와의 관계 속에서 세련은 비로소 자신을 보듬기 시작한다. 타로 리더라는 직업을 통해 만나는 고객들의 사연은 독자에게도 거울처럼 비춰진다. 사랑과 용서, 성장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책은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조용한 다정함으로 말을 건넨다.
◇ 등교가 소원/ 이혜린 지음·불곰 그림/ 144쪽·13000원·다림
이별을 준비하는 사랑,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남기다. (등교가 소원 책표지)/ 출처-교보문고 갈무리. 강아지별로 긴 여행을 떠난 토리. 토리는 여왕님 앞에서 한 달만 주인 수아와 함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그렇게 토리는 ‘하루’라는 이름으로 수아네 학교에 전학 가게 된다. 그렇다면 왜 토리는 단 한 달만 함께하기를 바랐을까? 토리는 자신이 아니어도 언젠가 이별을 겪게 될 수아가 슬픔을 받아들이고, 또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토리의 여정을 함께 응원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을 주고받는 일에는 동물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공감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이해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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