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미간과 콩알만큼 작은 눈, 기나긴 중안부 아래 작게 자리 잡은 입. ‘하찮은’ 생김새 덕에 최근 대세인 이모티콘 캐릭터 ‘듀…가나디’를 연상케 하는 우리 문화유산이 요즘 MZ세대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인공은 백제 왕궁지였던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6∼7세기 그릇받침. 표면 곳곳에 금이 가고 투박하게 생긴 데다 구체적 용도도 밝혀지지 않아, 흔히 떠올리는 ‘멋진 유물’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 그릇받침은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스타 대접을 받는다. 이달 초 국가유산진흥원 인스타그램에 게시되자, 2주 만에 댓글이 2만7000개를 넘어섰다. 통상적으로 진흥원 게시물은 ‘좋아요’가 많아야 수백 개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독보적인 수준이다. 댓글도 MZ스럽다. ‘듀…가나디’와 닮았다는 뜻으로 “백제의 듀물”, “듀…상님” 등으로 부르며 호응한다.
최근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보면, 이처럼 어딘지 ‘엉뚱하고 못생긴’ 유물들이 사랑받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화려하거나, 역사적으로 의미가 뚜렷한 문화유산들이 주로 주목받았던 분위기와는 결이 달라졌다.
올 3월까지 열린 국립중앙박물관 순회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상형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도 MZ세대 발길이 이어졌던 전시다. 약 1600년 전 신라와 가야에서 조물조물 빚은 작고 우스꽝스러운 토우들이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했다. 전시를 기획했던 노형신 학예연구사는 “이전 세대들과 달리 조형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것보다 ‘허술하고 친근함’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 선호가 반영된 현상 같다”고 전했다.
사람 얼굴을 표현한 투각인면문옹형토기. 국가유산청 제공박물관 등도 최근엔 이런 흐름을 적극 활용해 “문화유산은 따분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허물 계기로 삼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순회전인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에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작업을 선보이는 ‘이나피스퀘어’와 협업해 전시장 곳곳을 귀여운 그림으로 꾸몄다. 국가유산청도 최근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투각인면문옹형토기’로 설정했다. 경북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출토된 6세기경 신라 토기로, 보기만 해도 웃음 나는 얼굴이 투각(透刻)으로 표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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