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가 3분의 1토막…화폐가 된 장난감, 팝마트의 운명은[딥다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8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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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매장 앞엔 밤새 긴 줄이 늘어섰고, 영국 런던 매장에선 싸움이 벌어졌고, 서울 명동 매장엔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급기야 6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경매에선 ‘라부부’ 인형 하나가 2억원에 낙찰돼 전 세계적 화제가 됐죠. 중국 장난감 기업 ‘팝마트(Pop Mart)’ 이야기인데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겨우 보름 남짓 지난 지금, 중국 SNS에선 ‘라부부 가격 폭락’이 큰 이슈입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중고 판매가격이 갑자기 반토막 이하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죠.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는 장난감 세계, 팝마트 현상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팝마트의 털복숭이 인형 ‘라부부’. 팝마트 공식 SNS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팝마트의 털복숭이 인형 ‘라부부’. 팝마트 공식 SNS
*이 기사는 6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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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즈니? 산리오?
아마 장난감에 관심 없던 분들도 팝마트 또는 라부부라는 이름을 최근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팝마트는 1987년생 왕닝이 2010년 창업한 장난감 기업이고요. 30여개국에 521개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라부부는 뾰족한 귀와 아홉 개의 톱니 이빨을 가진 요정인데요. 홍콩 아티스트 카싱 룽의 그림책 속 캐릭터로, 2019년부터 팝마트와 협업을 통해 인형으로 팔리고 있죠.

그리고 이 라부부가 블랙핑크 리사, 리한나 같은 슈퍼스타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요. 덕분에 팝마트 주가는 1년 만에 580% 급등합니다. 시가총액은 현재 약 58조원. ‘헬로 키티’의 일본 산리오(16.5조원)와 ‘바비’의 미국 마텔(8.4조원) 시총을 합친 것의 두배가 넘죠.

태국에서 열린 팝마트 행사에 모인 라부부 팬들의 모습. 태국은 라부부 열풍이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다. 팝마트 제공
태국에서 열린 팝마트 행사에 모인 라부부 팬들의 모습. 태국은 라부부 열풍이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다. 팝마트 제공
중국산 털북숭이 인형이 전 세계를 이렇게까지 열광시키는 이유가 뭘까. 각종 분석이 쏟아져 나왔죠. 리사 같은 유명인 영향이다, ‘명품’처럼 포지셔닝한 효과다, 틱톡을 통한 바이럴 덕분이다 등등.

중국 신화통신은 이달 초 해외의 라부부 현상을 조명하는 기사를 냈습니다. “감성적 매력이 팝마트를 기존 장난감 업체와 차별화한다. 팝마트는 단순히 피규어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감정, 의식, 공유된 경험을 판매한다. 20대 소비자들에게 팝마트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팝마트가 중국 ‘소프트 파워’의 부상을 보여준다는 뿌듯함이 담긴 해석이었죠.

그럼, 팝마트는 많이들 비유하듯이 ‘중국판 디즈니’ 또는 ‘중국판 산리오’라 할 수 있을까요. 장난감 기업이란 점은 서로 비슷하지만, 추구하는 전략은 다릅니다.

일단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이 먼저, 장난감이 나중이죠. 디즈니 캐릭터는 각각 풍부한 서사가 있고, 소비자들은 그 스토리에 끌리게 되는데요. 이와 달리 팝마트의 캐릭터들은 별다른 스토리가 없어요. 그저 막연한 표정과 이미지(몰리-우울한 눈빛, 라부부-장난기 있는 표정)만 있죠. 그렇게 빈 공간이 많은 만큼 소비자는 각자 좋을 대로 캐릭터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1974년 처음 탄생했을 때 헬로 키티는 이름조차 없었다. 이듬해 ‘헬로 키티’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후 구체적인 프로필과 세계관이 서서히 추가됐다. 산리오엔 약 450개 캐릭터가 있지만 지금도 가장 잘 팔리는 캐릭터는 단연 헬로 키티다. 산리오 홈페이지
1974년 처음 탄생했을 때 헬로 키티는 이름조차 없었다. 이듬해 ‘헬로 키티’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후 구체적인 프로필과 세계관이 서서히 추가됐다. 산리오엔 약 450개 캐릭터가 있지만 지금도 가장 잘 팔리는 캐릭터는 단연 헬로 키티다. 산리오 홈페이지
그런 점에선 팝마트 전략은 산리오와 비슷한 점이 있는데요. 산리오의 헬로키티는 1974년 탄생한 캐릭터이지만 최초의 애니메이션은 1990년대에나 나왔고요. 2014년엔 산리오가 ‘헬로키티는 고양이가 아니라 여자아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뒤늦게 팬들을 술렁이게 했죠(2족 보행을 하고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기른다는 게 그 근거).

다만 산리오는 여러 캐릭터 중에도 여전히 50살 넘은 헬로키티 인기가 단연 톱인데요(매출 중 헬로키티 비중 약 30%). 반면 팝마트에선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가 몰리-디무-라부부 순으로 바뀌면서,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뤄지는 중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팝마트를 차별화하는 가장 큰 인기 포인트는 따로 있는데요. 바로 ‘블라인드 박스’라는 판매 방식입니다.

블라인드 박스 전략
2022년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포켓몬빵 열풍을 기억하시나요. 빵과 함께 들어있는 캐릭터 스티커(띠부띠부씰)를 모으려는 수요가 폭발하면서 품귀현상까지 벌어졌는데요. 뜯을 때까진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충동을 강렬하게 자극했죠.

팝마트의 ‘블라인드 박스’가 바로 이런 방식입니다. 팝마트 피규어 1상자 가격은 한국에서 1만5000원 정도인데요. 이걸 1상자만 사면 보통 12가지 디자인 중 하나가 무작위로 나옵니다. 만약 12개 중 꼭 갖고 싶은 디자인이 있다면? 아예 18만원짜리 12개 세트 박스를 사버리는 게 방법이죠.

2010년대 후반 팝마트의 성장을 이끌었던 인기 캐릭터 ‘몰리’. 팝마트 제품은 보통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로 팔리는데, 12가지 기본 디자인+1개의 시크릿 디자인으로 구성되곤 한다. 시크릿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144분의 1이다. 팝마트코리아
2010년대 후반 팝마트의 성장을 이끌었던 인기 캐릭터 ‘몰리’. 팝마트 제품은 보통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박스로 팔리는데, 12가지 기본 디자인+1개의 시크릿 디자인으로 구성되곤 한다. 시크릿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144분의 1이다. 팝마트코리아
그리고 12가지 디자인에 플러스 하나가 더 있는데요. 이 13번째 디자인은 ‘시크릿 에디션’이라서 모든 세트에 들어있는 게 아닌 희귀 아이템입니다. 이게 나올 확률은 144분의 1이죠. 상당히 운이 좋아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는 설렘과 어쩌면 내가 정말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 팝마트 제품 박스를 열 때면 마치 스크래치 복권을 긁는 것과 비슷한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에 자신만의 컬렉션을 완성하는 만족감과 희귀한 아이템을 발견하는 짜릿함까지. 어린이뿐 아니라 30~40대 성인들까지 팝마트에 열광합니다. 명품처럼 대단히 비싸지 않고, 큰 에너지를 들이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만족감을 안겨주는 거죠.

이런 블라인드 박스에 대한 열광과 집착을 좀 더 들여다보기 위해 경영학과 심리학 연구를 가져와 봤습니다.

불확실한 동기화 효과(motivating-uncertainty effect)
뭐가 걸릴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법입니다. 경험을 게임화하기 때문이죠. 인간은 보상이 불확실할 때 오히려 그 일을 하려는 동기부여가 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2015년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연구팀이 했던 유명한 실험 결과를 볼까요.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2분 동안 빨대로 1.4L 물을 마시는 일을 수행하게 했습니다. 이 중 A그룹엔 다 마시면 2달러를 주기로 약속했고요(100%의 확률로 2달러 보상). B그룹엔 다 마신 다음 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이 나오면 2달러, 뒷면에 나오면 1달러를 주겠다고 합니다(50%의 확률). 그리고 결과는? A그룹은 미션을 완성한 사람이 43%에 그쳤지만, B그룹은 70%나 물을 다 마셨죠.

이런 결과는 비슷한 다른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돈을 더 줘서가 아니라, 보상이 불확실한 경우에 사람들은 과제를 더 열심히 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게 흥미를 자아내고, 그게 동기 부여로 이어지죠. 불확실한 보상이 일종의 ‘도파민 스위치’가 되는 겁니다. 라부부 블라인드 박스를 사서 여는 것 역시 단순한 구매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엔터테인먼트가 됐습니다.

블라인드 박스는 뭐가 나올지 몰라서 더 좋은 ‘불확실한 동기화 효과’를 보여준다. 팝마트 제공
블라인드 박스는 뭐가 나올지 몰라서 더 좋은 ‘불확실한 동기화 효과’를 보여준다. 팝마트 제공
제이가르니크 효과(미완성 효과)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완수한 일보단 미완성이거나 실수가 있었던 일을 더 잘 기억합니다. 이걸 미완성 효과, 또는 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제이가르니크 이름을 따서 제이가르니크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제이가르니크는 한 레스토랑에서 웨이터가 복잡한 주문을 빠짐없이 기억해서 음식을 척척 내왔지만, 막상 서빙한 직후엔 메뉴가 뭐였는지 잊어버리는 걸 보고 이 현상을 연구했죠. 1927년 나온 그의 논문에 따르면 과제를 중간에 중단한 실험 참가자들은 끝까지 마친 집단보다 기억력이 1.9배 더 뛰어났습니다. 끝내지 못해서 찝찝한 일에 대한 기억은 상당히 오래, 강렬하게 남는 거죠.

극적인 순간에 ‘다음 편에 계속…’이라며 끊어버리는 드라마나 웹툰이 이런 제이가르니크 효과의 사례이고요. 게임 퀘스트를 깨기 위해 계속 게임에 빠져드는 것도 비슷합니다. ‘조금만 더하면 될 것 같은데’, ‘거의 성공할 뻔했는데’라는 생각이 시간과 돈을 더 투자하게 만들죠.

팝마트 블라인드 박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크릿 에디션’을 뽑을 확률은 144분의 1(0.69%). 왠지 한 번만 더 사면 이걸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일종의 집착이죠.

지난해 말 배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블랙핑크 리사는 팝마트 라부부에 대한 집착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돈을 다 써버렸어요! 뉴욕, 마이애미, 파리. 어디를 가도 팝마트를 찾아다녀요. 마치 보물찾기 같다니까요.”

장난감이 화폐가 됐다
여기까지 보면 팝마트의 성공은 똑똑한 마케팅의 성과입니다. 일부에선 블라인드 박스를 두고 ‘소소한 도박’ 같다고도 지적하는데요. 긁어서 꽝이 나오면 얻는 게 하나도 없는 복권과 비교하면, 그래도 이게 낫긴 하죠. 블라인드 박스 안엔 귀여운 장난감이 하나 들어있으니까요.

하지만 라부부 인기가 ‘광풍’ 수준으로 바뀌면서 이를 불편하게 보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팝마트 자체보다는 라부부를 사서 비싼 값에 되파는 리셀러들 때문이죠.

팝마트는 현재 공장을 풀 가동해도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라부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리셀러가 늘고 2차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데요. 문제는 돈이 된다는 소문에 너무 많은 투기꾼이 이 시장에 몰린 겁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팝마트 매장의 모습. 인기제품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없다. 뉴시스
그 결과 정상적인 방법으로 웹사이트나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되어버립니다. 예컨대 중국의 한 자동판매기의 경우엔 전날 밤부터 앞에서 기다렸던 리셀러가 오전 10시 입고된 라부부 신제품을 몽땅 다 쓸어갔고요. 일부 매장에선 매장 직원과 짠 듯한 리셀러가 제품 여러 개를 집어서 뒷문으로 나가는 모습이 목격됐죠. 온라인몰에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사재기하는 리셀러들 때문에 항상 품절이었고요.

구매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중국에서 라부부 재판매 가격은 정가의 4~5배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희귀한 시크릿 에디션의 경우엔 정가(99위안, 약 1만8000원)의 40배인 4000위안(약 75만원)을 호가했고요. 간신히 정가에 제품을 구한 운 좋은 사람들도 이 정도 되면 ‘프리미엄 붙여서 팔까?’라는 생각이 들 법합니다. 모두가 ‘되팔이’가 되어가는 거죠.

더 이상 라부부는 그냥 장난감이 아니라 한몫 크게 잡을 투기 수단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럴수록 라부부는 더욱 미친 듯이 팔려나갔고, 팝마트 주가는 치솟았죠. 그 결과 얼마 전 민트색 1세대 라부부 한정판 피규어가 108만 위안(2억원)에 팔리는 기록까지 쓴 겁니다.

버블 터뜨린 공급 확대
이런 중고 판매가와 경매 낙찰가 급등.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몇년 전 한국에서도 한정판 스니커즈 붐이 불면서 ‘슈테크(슈즈+재테크)’라는 말이 나왔고요. 또 코로나 때는 몬스테라 알보 잎 한장에 수백만 원에 거래되는 ‘식테크(식물+재테크)’가 유행했죠. 전 세계적인 리셀 열풍을 일으킨 유명 장난감으로는 베어브릭이 있습니다. 일본 기업 메디콤 토이의 곰 장난감 베어브릭은 2008년 최고 15만7000달러의 경매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죠. 1990년대 미국 이베이 중고시장을 휩쓸며 수천 달러에 낙찰됐던 곰인형 비니베이비즈 사례도 있고요.

제한된 공급과 문화적 매력, 거기에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가치(지위의 상징+투자 수익)까지. 사람들을 매혹시켜 광풍을 일으키는 것엔 공통점이 있는데요. 이와 비슷한 사례를 취합하다 보면 우리 모두 잘 아는 역사적 사건으로 이어지곤 하죠. 1637년 네덜란드 튤립 버블. 희귀한 튤립 구근 하나 가격이 암스테르담 주택 한 채 가격까지 치솟았다가 불과 넉 달 만에 99% 폭락한 사건인데요.

역사상 가장 유명한 튤립인 셈퍼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 튤립버블 절정기인 1636~1637년 구근 하나가 1만 길더에 팔렸는데, 당시 암스테르담 운하에 있는 대저택을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이 아름다운 줄무늬는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었는데, 바이러스 때문에 세대를 거듭할수록 구근이 점점 약해져서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하고 영영 사라졌다. 현재는 그림으로만 그 모습이 남아있다. 암스테르담 튤립 뮤지엄
역사상 가장 유명한 튤립인 셈퍼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 튤립버블 절정기인 1636~1637년 구근 하나가 1만 길더에 팔렸는데, 당시 암스테르담 운하에 있는 대저택을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이 아름다운 줄무늬는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었는데, 바이러스 때문에 세대를 거듭할수록 구근이 점점 약해져서 결국 꽃을 피우지 못하고 영영 사라졌다. 현재는 그림으로만 그 모습이 남아있다. 암스테르담 튤립 뮤지엄
이런 버블을 터뜨리는 가장 큰 요인은 공급 확대입니다. 네덜란드 튤립 버블은 희귀한 구근의 공급량이 늘어날 거란 우려가 1637년 2월 갑자기 퍼지면서 순식간에 붕괴됐죠. 공급이 늘어나고 희소성이 깨지면 거품은 사라지고 시장은 재편됩니다.

바로 이런 현상이 팝마트에서도 나타납니다. 6월 18일 밤, 팝마트는 갑자기 라부부 신제품을 3개 판매채널에 재입고한다는 공지를 띄웠죠. 품절돼 도무지 구할 수 없었던 신제품에 처음으로 온라인 예약 판매를 도입한 겁니다. 드디어 밤새 줄 서지 않고도 라부부를 정가에 살 수 있게 된 거죠. 이 제품은 중국 쇼핑몰 티몰에서만 100만개 넘게 팔려나갑니다.

화들짝 놀란 건 리셀러들. 갖고 있는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판매가를 쭉쭉 내리기 시작합니다. 한때 2400위안(45만원) 넘게 팔렸던 6개 들이 세트(정가 594위안, 11만원) 판매가격이 650위안(12만원)까지 내려왔고요. 최고 4600위안을 찍었던 시크릿 에디션 상품 판매가도 1900위안으로 곤두박질쳤죠.

무섭게 오르던 팝마트 주가의 기세가 6월 18일 공급 물량 확대 발표 이후 다소 주춤하다. 그래도 올해 들어서만 177%, 지난 1년 동안 580% 상승했다. 구글 금융
무섭게 오르던 팝마트 주가의 기세가 6월 18일 공급 물량 확대 발표 이후 다소 주춤하다. 그래도 올해 들어서만 177%, 지난 1년 동안 580% 상승했다. 구글 금융
618 팝마트 사건. 중국 네티즌들은 이렇게 부르며 리셀러들이 된통 당한 걸 고소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를 두고 아마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있었을 거란 해석도 나오죠. 6월 20일 중국 인민일보가 블라인드 박스의 폐해를 엄중하게 지적한 기사를 내보낸 게 그 신호인데요.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이 리셀 가격 붕괴 영향으로 팝마트 주가도 약간 꺾이긴 했습니다. 최고점(16일 275홍콩달러)과 비교하면 8% 정도 하락했으니까요.

이토록 빠른 방향 전환이라니. 이대로 팝마트의 기세도 꺾이는 걸까요. 글쎄요. 사실 리셀가 버블은 언젠간 꺼질 수밖에 없는 거긴 했고요. 주가가 좀 빠졌다곤 하지만, 팝마트의 선행 PER(주가수익비율, 연간 예상 순이익 기준)은 44배에 달합니다. 여전히 산리오(31배)나 마텔(11.5배)보다 고평가됐죠. 아직 그 성장성에 대한 기대는 여전한 건데요.

결국 현재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털북숭이 인형(라부부) 판매, 그걸 뛰어넘는 무언가를 팝마트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입니다. 얼마 전 팝마트는 자체 스튜디오(베이징 팝마트 문화창의유한회사)를 설립했죠. 애니메이션 시리즈 ‘라부부와 친구들’ 제작에 나섰고, 추후 영화도 만들 거라고 합니다. 핵심 팬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고급 트렌디 제품’에서 디즈니처럼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대중 소비재’로 나아가려는 시도인데요. 이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시죠. By.딥다이브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라부부 열풍도 빠르게 끓어올랐다가 또 빠르게 거품이 가라앉는 듯한데요. 몇년 뒤 라부부는 어떻게 돼있을까요. 추억 속 한때의 유행 상품으로 잊혀질까요, 아니면 헬로 키티처럼 무한의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로 성장할까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털복숭이 요정 ‘라부부’가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중국판 산리오’ 팝마트 주가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성장의 중심엔 블라인드 박스 판매전략이 있습니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구매욕구를 더 자극하고, 다음 번엔 희귀템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단 느낌이 집착으로 이어지죠.

-라부부가 한몫 잡을 투기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리셀러들이 시장을 혼란하게 만듭니다. 얼마 전 팝마트는 중국에서 신제품 물량을 대거 풀어 리셀 시장을 초토화시켰습니다. 마치 튤립버블을 연상케 하는데요. 팝마트는 투기수단이 아닌 장난감으로서의 본연의 가치를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을까요.

*이 기사는 6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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