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계약 5개월만에 심사 착수
건전성 지표 상세히 들여다볼 예정
‘손태승 부당대출 사태’ 등 관건
우리금융 경영실태 등급도 변수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에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금융감독원이 16일부터 심사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의 우리금융·우리은행 검사에서 ‘건전성’이 어떻게 평가되느냐가 인수 승인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전날 금융위에 동양·ABL생명 인수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금감원이 심사에 돌입했다. 우리금융이 두 생보사 인수 관련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5개월 만이다. 심사기간은 60일이며 최종 인수승인 여부는 금감원 심사를 거쳐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련법상 심사기간은 60일이지만, 자료제출 기간은 빼게 돼 있어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 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 원에 각각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과 SPA를 체결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내달 발표할 우리금융·우리은행 정기검사 결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인수 승인의 ‘키’가 될 것으로 관측한다.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금융은 두 생보사 인수를 위해 직전(2021년)과 마찬가지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경영실태평가에선 처음으로 내부통제 배점 비중이 5%에서 15%로 높아졌다.
게다가 금감원은 여러 인수 승인 요건 중 건전성을 상세히 들여다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검사 시 들여다볼 건전성 지표가 쟁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심사에서 주시하겠다는 요건들은 모두 지난해 불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 미흡한 내부통제 등으로 평가 결과가 하락할 부문들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정기검사 결과 발표를 두 달이나 연기한 것도 인수 승인을 장담할 수 없게 하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두 달간 우리금융·우리은행 정기검사를 한 뒤 지난해 12월 검사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원칙대로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발표 시점을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달 발표로 미뤘고 뒤이어 내달로 재차 연기했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기한은 계약일로부터 1년인 올해 8월 말이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등 두 보험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 은행, 증권, 보험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 사업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 하지만 만약 기한 안에 절차를 마치지 못하고 계약이 파기되면 우리금융은 인수가의 약 10%인 1550억 원 규모의 계약금을 날리게 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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