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4.08.20. 뉴시스
지난해 말 원화의 실질가치가 일본 엔화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하락 폭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대치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지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91.03으로 전월보다 1.99포인트 하락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했던 2022년 9월(―2.92포인트) 이후 2년 3개월 만에 월간 기준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을 뜻한다. 이 수치가 100을 넘으면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원화 가치는 다른 국가의 화폐에 비해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말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에서 일본(71.3)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64개국 중에서는 아르헨티나가 149.38로 가장 높았다. 미국(113.49), 영국(112.01), 인도(103.95) 등이 100을 넘었다. 반면 캐나다(96.36), 러시아(95.86), 중국(91.60) 등이 100 이하를 나타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진 데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발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직후 외환거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42.0원까지 급등했다. 같은 달 19일에 환율이 1450원을 넘겼고, 27일에는 1486.7원까지 치솟으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환율이 30원 정도 더 올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면서 14일 이후 안정세를 찾고 있다. 한은과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규모 확대와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등도 환율 하락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6.0원 하락한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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