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 내에서 각기 다른 두 부서 간 기술 이전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이는 해당 부서는 물론 회사 전체의 수익성과 연관된 이슈다. 협상의 핵심은 기술 이전에 드는 가격이다. 물론 가격만이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고려할 다른 중요한 문제가 많다.
그런데 노련한 경영진들에게 이 협상을 시뮬레이션하게 했을 때의 결과가 충격적이다. 이들은 총수익을 극대화하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두 부서가 단순히 각 사안에 대해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관점에서 현명하게 거래하면 양쪽 모두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맥스 배저먼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많은 경영진은 고정된 파이를 놓고 협상한다. 한쪽의 이익은 반드시 다른 쪽의 손실을 의미한다고 잘못 생각한다. 둘째, 이들은 파이의 크기를 늘리는 방법을 찾지 않는다. 고정된 파이에서 최대한 많은 양을 가져가고 자신의 가치를 주장할 방법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좋은 협상은 모두가 이익을 얻게 한다. ‘제로섬’ 사고방식을 벗어나 더 나은 협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배저먼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2025년 1-2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더 나은 협상을 위해 우리는 더 효과적인 협상가, ‘가치 창조자’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상대방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모든 이슈를 생각해 봐야 한다. VC(벤처캐피털)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조건을 협상 중이라면, 주요 쟁점은 지분 비율이다. 하지만 이사회 지분의 가치와 VC가 제공할 컨설팅의 가치, 향후 추가 지분 옵션 등 다양한 요소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지분 비율을 놓고 흥정하는 것보다 더 나은 계약 조건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광범위한 이슈 목록을 파악했다면 상대적 중요도를 따져야 한다. 이해관계자별로 가중치를 부여한 점수표를 만들어 전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협상에서 거래 옵션을 비교하고, 보다 나은 조건 패키지를 구성하는 것이다.
복잡한 협상을 할 때는 각 문제를 순차적으로 협상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모든 이슈를 파악하고 이를 논의하기에 앞서, 성급히 한 가지 이슈에 대한 합의를 먼저 마무리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협상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상대방이 먼저 파악하게 되면 이용을 당할까 걱정한다. 그래서 모든 카드를 숨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뢰를 쌓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에 대해 질문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동시에 여러 제안을 하면서 의견을 나누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합의에 도달한 이후라도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서야 할 필요가 있다면 사후 합의를 진행하기로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더 현명한 거래 방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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