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공채 대신 직무별 채용 선호
20대 생애 총 취업기간 2년 감소
“체험형 인턴 등 업무경험 제공을”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신입사원을 뽑는 정기공채 대신 경력직 중심의 수시채용을 선호하면서 20대 청년들의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채민석 과장과 장수정 조사역은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2019년부터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직무별로 필요한 인원만 채용하는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5대 그룹 중 삼성만 정기공채를 운영 중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지며 근로자들의 이직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고, 기업들 역시 필요로 하는 능력이 고도화된 영향이다.
연구팀은 “경력직 채용 증가로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고용 상황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기업과 근로자 사이 ‘탐색-매칭 모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경력직 채용이 늘면서 20대 고용률은 43.6%에서 33.9%로 떨어졌다. 30대 고용률은 54.1%에서 50.9%로 떨어지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20대와 30대의 상용직 고용률 격차 17%포인트 중 7%포인트는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 확대에 나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20대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첫 취업이 어려워지고, 기대할 수 있는 생애 총취업기간도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생애 총소득의 현재 가치도 3억9000만 원에서 3억4000만 원으로 13%나 하락했다. 또 취업이 힘든 상황이 계속된다면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한은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 기업, 정부가 협력 프로그램, 체험형 인턴 등을 통해 청년들에게 충분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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