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독립성 강화·지배구조 선진화”
황덕남 의장, 법률·노동 전문가
의장직 수행 위해 이사회 규정 개정
불확실성에도 작년 영업益 두 자릿수 성장
회사채·사채 한도 상향 등 자금 조달안 의결
고려아연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나섰다. 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지난달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이 통과됐고 이번에 이사회 의결을 통해 사외이사 이사회 체제를 완성했다.
고려아연은 5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사외이사인 황덕남 변호사를 새로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황덕남 신임 의장은 법률·노동 분야 전문가로 향후 고려아연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촉진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서울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지내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약 40년간 법률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남녀차별개선위와 중앙노동위, 국가인권위 등에서 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사도 맡고 있다. 고려아연에서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 위원장과 내부거래위·ESG위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고려아연 이사회에서는 첫 사외이사 출신이면서 첫 여성 의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황덕남 고려아연 신임 이사회 의장신임 이사회 의장이 원활하게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사회 규정도 일부 개정했다. 이사회 의장을 회장으로 명시한 규정을 고쳐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결의로 정하도록 했다. 이사회 소집 권한도 회장 대신 이사회 의장에게 부여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작년 11월 기자회견에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한 정관을 개정해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이날 이사회에서는 제51기 제무재표 승인의 건을 비롯해 자기주식 처분, 회사채 발행, 단기사채 발행한도 승인, ESG위원회 규정 제정 등 7개 의안을 부의해 의결했다.
고려아연 작년 연간 실적의 경우 연결 기준 매출이 12조828억 원, 영업이익은 736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5%, 영업이익은 11.5% 증가한 수치다. 불황에 따른 산업 수요 위축과 비철금속 가격 및 제련 수수료 하락 등 불확실한 경영여건 속에서도 매출 극대화와 두 자릿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분기 기준으로는 작년 4분기까지 100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 기록을 이어갔다. 다만 요동치는 환율 등 대내외 불확실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도 어려운 경영여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고려아연은 작년 9월 시작된 적대적 M&A로 인한 혼란을 경영진과 임직원이 합심해 극복하면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기반으로 비철금속 제련의 생산성 극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요 제품 판매 실적은 사업계획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연의 경우 목표 대비 113.9%를 판매했고 연과 은 판매량은 각각 100.7%, 124.5%를 기록했다. 희소금속 판매도 확대했다. 안티모니는 사업계획 대비 170.5%의 판매율을 보였고 인듐과 비스무트는 각각 161.5%, 151.1%다.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 수익성이 높은 희귀·희소금속 회수율을 높여 실적 하락폭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이 수출 규제에 나선 비스무트와 인듐, 텔루룸 등 희소금속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 수익성 방어를 꾀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에 적대적 M&A까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임직원들이 합심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열악한 경영환경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고려아연의 생존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MBK 등 주요 주주도 대타협 등을 통해 위기 극복에 동참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자금 조달 안건도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 회사채 발행의 경우 공모채를 4000억 원 규모로 발행하는 계획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7000억 원까지 인수단과 협의해 변경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만기는 2년·3년물로 구성했고 이자율은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인수단과 협의 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조달한 자금은 지난해 적대적 M&A에 대항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할 당시 발생했던 차입금 차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낮은 금리 자금을 통해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차입금 만기를 관리하는 용도다. 음융시장 예측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목적도 있다.
연간 단기사채 발행한도(1조 원) 승인의 건도 확정했다. 시장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는 여건을 감안해 금융시장 상황에 대응해 금융비용을 적절히 낮추기 위해서라고 고려아연은 설명했다. 회사 필요자금과 조달시장 상황을 고려해 장·단기 자금 조달을 전략적으로 배분해 회사 경쟁력을 극대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한 이번 이사회에서는 가처분 신청에 따른 액면분할 일정 연기와 주주제안 등에 대한 보고도 이뤄졌다. 지난 임시주총에서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됐지만 영풍 측의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제기로 인해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 효력 등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된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유예하도록 하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른 조치다. 고려아연은 법적 분쟁이 해소되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액면분할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MBK·영풍 연합 측이 요청한 주주제안 안건 등도 보고됐다. 연합은 임시의장 선임과 이사 선임, 현금배당, 자기주식 소각 등의 안건을 제안했다. 해당 제안에 대해 고려아연 이사회는 적법요건 충족 여부 등에 관한 법률 검토를 거쳐 주총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 많은 주주들이 보내준 지지와 성원에 부응하고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약속을 이행할 수 있게 돼 의미가 깊다”며 “고려아연은 주주 권익 증진과 지배구조 선진화를 비롯해 국가기간산업으로서 한국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대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 기업경쟁력 유지와 생존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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