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통상전쟁]
현대차그룹, 추가 투자 발표 저울질
삼성-SK, 현지 생산 확대 쉽지않아
“실제 관세 얼마나 집행될지 봐야”
1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수준의 자동차 수입 관세 부과 방침에 더해 반도체와 의약품에도 25%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국내 산업계가 또다시 후폭풍을 맞았다. 산업별로 당장 대미 수출액 감소가 우려되는 만큼 관련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히 나설 전망이다.
당장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347억4400만 달러(약 50조 원)어치의 자동차를 수출했는데 이는 한국 자동차의 전체 해외 수출액 중 49.1%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인 규모다. 실제 IBK기업은행 경제경영연구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자동차 관세 25%를 부과하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18.6%(9조3000억 원) 급감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연간 70만 대 수준의 미국 내 생산 물량을 최대 120만 대까지 늘리고 국내 및 미국 외 생산 물량을 미국이 아닌 제3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4월 2일 관세 발표를 기점으로 미국 내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의 미국 생산기지 건설이나 미국 조지아주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 공장(HMGMA) 증설 등이 거론된다.
최근 수년간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로 미국 수출 의존도가 커진 반도체 업계도 곤란한 상황이다.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이 2020년 40.2%에서 지난해(1∼11월) 33.3%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과 대만으로 보내는 반도체 비중은 13.9%에서 21.7%로 늘었다.
반도체 업계는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바이든 정부 때 현지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보조금 수령조차 불투명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을 들여 미국 현지 투자한 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없어지고 관세 위협만 남은 상황”이라며 “미국 고객사들도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실제 어느 수준에서 관세가 집행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보고서는 이번에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언급된 의약품의 경우 25% 관세 부과 시 대미 수출액이 약 7.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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