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소수 거점점포로 판매제한
원금 100% 손실 감내해야 투자 권유
고령자는 가족 등 확인절차 거쳐야
은행 점포 약 10곳 중 1곳에서만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가입이 가능해진다. 또 원금 100%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소비자에게만 ELS 투자를 권유할 수 있게 된다. 금융 당국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홍콩H지수 기초 ELS 현황 및 대책’을 발표하며 앞으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철저히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우선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갖춘 소수 거점 점포를 통해서만 ELS 판매가 가능해진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 5대 은행 점포 수가 작년 말 기준 3900개 정도 되는데, 그중 5∼10% 수준이 거점 점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기준 전국 200∼400개 정도의 점포에서만 ELS 판매가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해당 거점 점포는 ELS 판매를 위해 물리적으로 분리된 상담실을 갖춰야 하며,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별도 전담 직원을 배치해야 한다. 기존에 예·적금 만기가 도래해 은행을 방문했던 소비자들이 일반 창구에서 ELS와 같은 고난도 투자상품을 쉽게 권유받았다는 문제의식에서, 판매 공간을 아예 분리한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입 과정도 한층 엄격해진다. 투자 상품 가입 시 거래 목적과 재산 상황, 투자성 상품 취득 및 처분 경험, 상품이해도, 위험에 대한 태도, 연령 등의 정보를 확인하고 적합성·적정성 평가를 거쳐야 한다. 은행은 평가를 통해 기준을 충족하는 소비자에게만 투자를 권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ELS의 경우 관련 지식과 경험이 많고, 수입이 향후 더 늘어날 것이며, 투자 기간은 3년 이상으로 100% 전액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소비자에게만 판매가 가능한 식이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적합하지 않은 투자 성향을 가진 소비자가 해당 상품 가입을 원할 경우, 은행은 해당 상품이 ‘부적합 및 부적정 상품’임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부적정 판단 보고서’를 제시해야 한다.
또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는 상품명 앞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란 문구를 추가하기로 했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요청 시 청약 후 숙려 기간(2영업일)에 가족 등 지정인의 최종 가입 확인 절차가 추가된다.
이날 대책은 2023년 하반기 홍콩H지수 기반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본격화된 뒤 소비자·업권·전문가와 함께 1년 넘게 논의해 마련된 것이다. 금융 당국은 개선 방안 중 즉시 추진이 가능한 과제는 빠르게 실행하고 관련 법률 등의 개정도 올해 9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대책의 한계도 지적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은 기본적으로 증권사와 달리 예·적금 위주의 안전상품을 판매한다는 이미지가 강해 대규모 손실이 나는 ELS와 같은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비대면 방식으로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도권에 비해 투자 기회를 얻기 어려운 지방 투자자들의 투자 선택권이 더 좁아졌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가뜩이나 투자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수 점포로 투자 창구가 좁혀졌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