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트럼프 효과’]
작년 2920억달러 늘어 역대 최대
올들어 美나스닥 지수 하락 등 부진
‘트럼프 랠리’ 기대 서학개미 곤혹
ⓒ뉴시스
지난해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넘겼다.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와 연기금,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등 해외증시 투자를 늘린 영향이다. 다만 올해 들어선 미국 증시가 영 부진한 양상을 띠어 서학개미들의 표정이 밝지 못한 형편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1023억 달러(약 1590조6189억 원)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920억 달러 늘며 4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거주자의 해외 투자(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대외금융부채)를 뺀 ‘순대외금융자산’은 국가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특히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2014년(809억 달러) ‘플러스’로 전환한 지 10년 만에 13.6배나 증가했다. 대외금융자산(해외 투자)은 2조498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다. 미국 등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늘었고, 나스닥지수가 28.6%나 상승하며 평가 잔액도 증가했다. 또 배터리 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가 이어지며 직접투자도 231억 달러 증가했다.
반면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257억 달러 감소한 1조3958억 달러로 집계됐다. 증권 투자가 1180억 달러나 줄었는데 감소 폭이 역대 3번째로 크다. 원화가치 약세 및 국내 주가가 하락하는 등 비거래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한국인의 해외증권 투자(9943억 달러)가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8378억 달러)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박성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 국민연금 등 연기금,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까지 모든 투자 주체의 해외 투자가 고르게 늘었다”며 “개인의 해외증권 투자 규모가 특히 2019년 이후 급격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들어선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의 상황이 달라졌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은 27일 기준 각 9.2%, 13.6% 성장했다. 반면 26일 기준(현지 시간) 미국 S&P500지수는 1.27% 성장하는 데 그쳤고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1.22% 내렸다. 서학개미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도 지난해 말 1121억181만 달러에서 이달 25일 1048억3204만 달러로 6.5%가량 감소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상승 기대를 타고 시장에 뛰어든 서학개미들은 최근의 부진에 곤혹스러운 상태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테슬라 비중을 두 배로 높였다는 김모 씨(69)는 “아침에 눈뜨기 무섭다. 자고 일어나면 밤새 하락세만 확인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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