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영업실적 악화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10년 넘게 이어진 불합리한 규제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등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은 현 정부가 출범하며 ‘규제 개혁 1호’로 내세웠으나 유야무야됐다.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2010년 전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 휴업일을 지정해야 한다. 의무 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 내에는 출점도 불가능하다.
대형마트가 이 같은 규제에 묶여 있는 동안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이커머스는 몸집을 불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대형마트 비중은 2020년 17.9%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 11.9%까지 떨어진 반면 온라인 비중은 46.5%에서 50.6%로 증가했다.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마트 3대장’ 매출과 영업이익은 이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을 밑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41조2901억 원으로 전체 대형마트 판매액(37조1779억 원)을 뛰어넘었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규제했지만 법 제정 취지와 달리 365일 영업이 가능한 식자재마트와 이커머스 업체만 성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산업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식자재마트가 들어서고 1년 이후엔 100m 이내 전통시장 매출이 7% 가까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대규모 점포 영업규제 완화 효과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상실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로는 골목상권 보호와 대중소 상생이라는 정책 목적의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와 SSM이 차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같은 낡은 규제가 지속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경쟁 환경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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