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이 연락 두절된 판매자 정보를 구매자에게 알려주지 않은 게 위법한지 살펴보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5년간 이어진 ‘당근 실명제’ 논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개인 판매자들은 지금처럼 익명으로 당근마켓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5일 공정위는 당근마켓이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특별한 결론을 내지 않고 사건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위법 소지는 있지만 이를 따져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2020년부터 당근마켓이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보호 의무를 어겼다는 의혹에 대해 들여다봐 왔다. 문제가 된 건 당근마켓이 개인 판매자의 이름 주소 등을 확인하지 않고, 분쟁에 휩싸인 판매자 연락처를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당근마켓과 같은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판매자의 신원 정보를 확인해 놓고 교환·환불 문제가 생기면 구매자에게 이를 알려줘야 한다.
공정위 조사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당근 실명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40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 정보가 스토킹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데다 새로운 형태의 거래를 낡은 전자상거래법으로 규율하면 혁신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5년 만에 사건을 끝맺은 것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부작용이 우려돼 위원회의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 거래의 경우 대면, 비대면 거래가 섞여 있어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당근마켓 개인 간 거래가 규제망을 벗어나게 되면서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당근마켓과 같은 개인 간(C2C) 전자거래에서 발생한 분쟁은 2018년 649건에서 2022년 4200건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을 고쳐 C2C 플랫폼의 판매자 정보 수집 범위를 명확히 정한 뒤 법을 적용할 방침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판매자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C2C 플랫폼에 대해선 이 범위를 줄여 주겠다는 것이다.
한편 공정위는 당근마켓이 자신의 사업자 정보를 표시하지 않고, 개인이 아닌 판매자의 신원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은 위법하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태료 100만 원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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