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11년째 ‘3만달러대 늪’… 작년 고환율에 1.2% 찔끔 상승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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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인당 GNI 3만6624달러
2년 연속 日-대만보다 높았지만… 저성장-환율 상승에 제자리 걸음
지난해 성장률 2%에 턱걸이… “트럼프 관세 등 올해 더 힘든 상황”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원화 약세의 영향으로 1.2% 느는 데 그쳤다. 2년 연속 일본과 대만을 제쳤지만 11년째 3만 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4분기(10∼12월)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는 3만6624달러로 전년(3만6194달러)보다 1.2% 늘어났다. 원화 기준으로는 4996만 원으로 2023년 4725만 원보다 5.7% 증가했다.

1인당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총인구로 나눈 값으로, 국민의 구매력 등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의 1인당 GNI 수준(3만6624달러)은 인구 5000만 명 이상으로 어느 정도 경제 규모를 갖춘 주요국 중에서 6위 수준이다. 주요국 중 1인당 GNI가 이보다 많은 국가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뿐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산업 구조가 비슷한 일본, 대만을 2년 연속 앞질렀다. 한은이 환율과 인구수로 추산한 일본의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4500달러를 소폭 상회하고, 대만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5188달러다. 일본은 엔저의 영향으로 지난해 달러 환산 1인당 GNI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 일본, 대만 3국 통화(원·엔·대만달러)의 지난해 가치 절하율(하락률)은 각각 4.3%, 7.4%, 3.0%로 나타났다.

이웃 국가들은 제쳤지만 과거의 GNI 성장세는 한풀 꺾인 흐름이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NI는 1994년 처음 1만 달러를 넘긴 뒤 2005년 2만 달러를 넘겼고, 2014년에는 3만 달러까지 돌파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성장하는 위기도 있었지만 높은 성장세를 이어 왔다. 하지만 2014년 이후에는 11년째 3만 달러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2021년(3만7898달러)의 고점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1인당 GNI 4만 달러 돌파 시점에 대해 ‘수년 내 가능할 것’이라고 봤지만 환율 변동성이 변수다. 강창구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지난해 IMF가 2027년 4만10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라면서도 “환율 변동성이 커진 점을 고려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364.38원으로 1998년(1394.9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의 영향으로 2013년 이후로 원화 기준 1인당 GNI는 매년 성장해 왔으나, 달러 기준으로는 4차례 역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GDP디플레이터는 2023년보다 4.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4.5%)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의 상승은 수출입을 포함한 경제 전반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올라갔다는 의미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보다는 첨단 반도체 등 수출 물가가 반영된 영향이 컸다. 강 부장은 “내수 디플레이터 등락률은 안정됐는데, 교역 조건 측면에서 반도체 등 수출 가격이 많이 올라 전체 디플레이터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이 이날 발표한 지난해 실질GDP 성장률 잠정치는 2.0%로 1월에 발표했던 속보치와 같았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도 0.1%로 동일했다. 다만 속보치에는 반영되지 못한 지난해 12월 경제 통계가 반영되면서 세부적으로는 수출, 정부 소비, 수입 등이 상향 수정됐고,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하향 수정됐다. 지난해 GDP 성장률 중 대부분(1.9%포인트)은 순수출이 기여했다. 내수 기여도는 0.1%포인트에 그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2% 성장은 기대 이상의 선방이지만 잠재성장률(2%)에 턱걸이한 만큼 호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난해 성장을 견인한 수출이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으로 어려운 만큼 전반적인 올해 한국 경제는 지난해보다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소득#GNI#GNI 제자리#한국 성장률#원화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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