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질실효환율 신기록 행진
한국은 기준선 100 밑돌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달러화의 실질 가치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킹 달러’의 위력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1월 말 기준 115.1로 전월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BIS가 제공하는 1994년 이후 관련 통계 중 최고치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 나타내는 환율이다. BIS는 기준 시점(2020년=100)과 현 시점 간의 상대적 환율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통계를 산출하는데 100보다 크면 화폐가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해 9월(108.8) 이후 넉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인 지난해 12월(113.4)부터는 전고점을 깨더니, 이번 달에도 115를 돌파하는 등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교역 상대국에 ‘관세 전쟁’을 펼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91.3으로 전월보다 0.3포인트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 1월 68.06,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2월 78.7까지 하락한 바 있다.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는 100을 웃돌았으나 2021년 8월(99.0) 이후 기준선(100)을 하회하고 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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