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휴전 기대-유럽 재정 확대
美 경기침체 우려 겹쳐 유로화 강세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회복 더뎌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유럽, 중국의 통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기대감과 유럽 재정 확장 정책으로 유로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 반면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관세 리스크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 탓에 원화는 반등이 더딘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0일 오후 3시 30분 기준 달러값은 0.9223유로로 1월 2일 0.9739유로 대비 5.2% 하락(유로 가치 상승)했다. 유로화는 최근 독일을 중심으로 재정 확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강세다. 지난달 독일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의 중도보수 연합은 정부의 차입 한도를 정하는 ‘부채 브레이크’에서 국방비 지출을 제외하는 등 재정 규칙 완화에 나섰다. 또 산업·인프라 투자를 위해 5000억 유로(약 787조47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도 2012년 재정위기 당시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OMT) 선언,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경제회복기금 합의 등 유럽이 통화, 재정 정책에서 결속력을 보여주면 유로화 강세로 이어졌다”며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도 유로화와 함께 동반 강세”라고 말했다.
반면 킹달러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된 모습을 보이는 등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번지며 달러 약세가 이어진 것이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통화 6개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7일 103.84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5일(103.42) 이후 가장 낮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다만 가치가 뛰는 여타 통화와 달리 원화는 가치 반등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5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452.3원으로 마감했다. 1월 2일과 3월 10일 현재를 비교했을 때 1달러의 가치가 유로화(―5.2%), 영국 파운드(―4.1%), 스위스 프랑(―3.7%)에 견주어 떨어지고 있는데 원화 가치만 회복이 더딘 모습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국내에서는 경기 회복 지연 및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저평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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