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증권사를 통해 개인에게 판매된 홈플러스 어음·채권 판매 현황 조사에 들어가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자칫 개인 고객에게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했다는 혐의의 ‘불완전판매’ 검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11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각 증권사에 홈플러스 관련 기업어음(CP), 회사채, 전자단기사채(STB), ABSTB 등을 개인에게 판매한 금액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자산운용사에는 관련 상품 보유량을 보고하도록 했다.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ABSTB 규모는 약 4000억원에 달한다.
신영증권은 특수목적법인(SPC)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를 설립해 카드사로부터 인수한 홈플러스 카드매입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STB를 발행해 왔다. 하나증권 등 증권사들은 이를 인수해 개인에게 판매했다.
ABSTB의 기초자산은 홈플러스가 물품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 즉 외상으로 결제한 카드 이용대금 채권이다.
홈플러스가 카드대금을 갚지 못하면 ABSTB 투자자들은 손실을 지게 되는 구조인데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이 ABSTB들에 ‘상환 불능 상태’를 선고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일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가 발행한 ABSTB의 신용등급을 C에서 D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5일 제76-1회 ABSTB가 만기 미상환된 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으로 잔여 ABSTB가 실질적인 채무불이행 상태인 점을 반영해서다.
문제는 손실 위기의 ABSTB 상품이 증권사 리테일 창구를 통해서도 대거 팔려 나갔다는 것이다. 신영증권,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등 다수 증권사를 통해 개인에게 판매된 ABSTB는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ABSTB 상품은 신용등급이 낮은 대신 6%대 고금리를 낼 수 있고 만기가 3개월로 짧은 점에서 개인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3개월 안에만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BSTB를 꾸준히 3개월 단위로 롤오버(상환 후 재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10억원 이상 큰 돈이 필요한 CP 등과 달리 ABSTB는 증권사 소매 창구를 통해 1억원 단위로 투자가 가능하단 점에서도 장벽이 낮은 편이다.
개인에게까지 대거 판매된 구조화상품이 손실 위기에 처하면서 이번 금감원의 전수조사가 향후 불완전판매 검사로 이어질지 증권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구조화상품은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금융상품이다. 홈플러스가 카드대금을 갚지 못해도 카드사는 손실이 없고 ABSTB에 투자한 개인만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 같이 설계된 상품 구조와 손실 가능성에 대해 판매사가 충분히 설명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사들은 홈플러스가 리테일을 통해 판매된 금융상품과 기업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전날 홈플러스 관계자는 “ABSTB나 기업CP를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한 주체는 증권사들로, 홈플러스는 해당 상품 판매와는 무관하다. 회사는 하나증권이 신영증권으로부터 ABSTB를 인수하여 리테일 창구에서 재판매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자사 CP 또는 ABSTB와 같은 증권이 리테일 판매된지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는 반박 입장을 밝혔다.
또 증권업계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직전까지도 CP를 발행한 것에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생절차가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도 아니고 회생법원 왔다갔다 하면서 얘기하는 걸 알았을 것이고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서도 예견하지 못했을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장 크게 담보대출을 해준 메리츠나 주관사들과조차 소통하지 않고 기업회생을 신청한 데다 회생 신청하기 직전까지도 CP를 발행한 것은 문제가 있지 않냐”며 “그 전에 좀 더 소통해 이런 상황을 알렸더라면 피해를 줄일 안전 장치나 방안을 준비했을 거란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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