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시행…국내 중소기업 ‘빨간불’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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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이 자국 산업을 살리겠다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한 25% 관세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부터 발효돼 모든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12일 오전 인천 동구 한 철강 공장에서 철강들을 대형트럭에 옮기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미국 정부가 12일(현지 시각)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 부과 조치를 내리기로 한 가운데 국내 철강·알루미늄 수출 중소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날 경기 화성시의 알루미늄 부품 제조사 지제이알미늄에서 진행한 현장 간담회에서 유경연 지제이알미늄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로 미국 현지기업과 현재 진행 중인 수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유럽,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하려는데 국가마다 요구 사항이 달라 시설, 장비 등을 새로 구매해야 하는 등 비용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국내 중소기업의 가격 경쟁력 악화 문제도 제기됐다. 파스너(금속 접합 부품) 제조 업체인 신진화스너공업의 정한성 대표는 “과거에는 포스코에서 원자재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어 팔기만 하면 돈을 벌었는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싼 원재료를 사지 못하면 낙오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0년 동안 열심히 지켜온 기업이 하루 아침에 잘못될까 봐 밤잠을 잘 수 없다”며 “국내 철강·알루미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등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류비 인상으로 인한 비용 부담 문제도 지적됐다. 자동차 부품 ‘와셔(나사받이)’ 제조업체인 (주)세인아이엔디의 오원현 대표는 “코로나 전보다 물류비가 이미 2배 이상 올랐는데, 중국산 선박을 이용해서 미국에 들어가는 경우 추가적인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물류비 상승과 운송 지연이 예상돼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수출바우처 중 특별히 긴급으로 물류비 부분에 대한 지원 한도를 상향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기부는 트럼프발 관세 정책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긴급대응반’을 운영할 방침이다. 중기중앙회와 철강·알루미늄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애로사항과 필요한 정책 등을 설문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정보제공, 법률서비스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긴급경영안정보증 신청서류도 간소화할 예정이다. 5월 예정인 수출바우처 2차 공고에서 피해기업에 대한 별도 물량을 배정하고 관련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국내 기업 수출량이 줄어들 수 있는데 특히 수출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기 쉽다”며 “관세에 직접 타격을 받는 중소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자금 지원 확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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