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형 고객 늘면서 보험시장도 변화
최소 1일부터 1년 보장해주는 여행보험… 가입료 저렴하고 무사고 땐 보험료 환급
비대면 설계사, 앱 교육으로 진입 쉬워져… 4인 가족 가입 땐 수수료 400만 원 절감
게티이미지코리아
1000원짜리 미니 보험, 셀프 보험 설계….
보험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해외여행이나 골프,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금융 소비자가 필요한 보험만 보장받을 수 있는 몇백 원에서 몇천 원짜리 미니 보험이 실속형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본인이 직접 보험설계 자격을 취득해 설계 수수료를 낮추는 자가 설계까지 늘고 있다.
“소비자한테는 득이 되는” 미니보험 ↑
해외여행, 골프, 휴대전화 관련 상품까지 보험 시장에서도 미니 상품이 뜨고 있다. 미니보험은 일회성 혹은 1년 정도의 짧은 만기 상품을 일컫는다. 주로 보험업권 선두 주자보다는 후발 주자들이 신규 및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해당 상품들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수익성을 내기 위한 상품이라기보다는 마케팅 측면의 투자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뒤집어 말하면 소비자한테는 득이 되는 상품이라는 뜻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해외여행보험이 대표적인 상품으로 출시 10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 명, 14개월 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최소 1일부터 최대 1년까지 보장 기간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데 기존 보험사들도 이 같은 단기 해외여행보험 상품은 갖추고 있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여기에 ‘무사고 환급’을 얹었다. 실제 무사고 환급금을 받은 사용자는 전체 77%에 달한다. 사고 발생 시에만 보상받는 기존 상품과 달리 안전하게 귀국한 사용자에게도 납부 보험료의 10%(최대 3만 원)를 돌려줘 소비자 반응을 끌어냈다.
여행 특성에 맞는 보장만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포인트였다. △해외병원 상해·질병 의료비 △귀국 후 국내 상해 질병 의료비 △휴대 물품 손해 배상(1개당 20만 원 한도) △비행기 지연 손해(2∼4시간) △분실 여권 재발급 비용 △식중독 입원, 전염병 감염 등 필요한 것만 골라 선택하면 된다. 30세 남성이 4개월 동안 미국 여행에서 식중독과 전염병이 걱정된다면 해당 특약에 드는 비용은 단돈 290원. 식중독과 전염병에 걸렸을 때 보장은 각각 30만 원이나 된다.
롯데손해보험은 ‘앨리스’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을 선보이고 있다. 1월 말 기준 앨리스 내 미니보험 상품은 △해외여행자 보험 △골프보험 △원데이 자동차보험 등 베스트셀러를 포함해 총 23개, 총체결 건수는 23만6000건에 달한다.
미니보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미니보험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려는 보험사도 생겨나고 있다. 마이브라운은 펫보험 전문 보험사 설립을 위해 최근 금융위원회에 소액 단기 전문 보험사 본허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3월 삼성화재 등으로부터 130억 원 이상의 자본금을 유치했다. 마이브라운은 펫보험을 중심으로 병원 전자 의료기록(EMR) 기반 자체 상품 개발과 판매, 자동 심사 프로세스를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보험설계사 허들 낮아지자… “내 가족은 내가 설계”
보험업계의 최근 화두 중 하나는 비대면 전속 설계사 확대다. 기존까지는 보험설계사라면 응당 사무실로 출근해 영업을 위한 제반 준비를 진행했는데 최근 한 명이 다수의 직업을 갖는, 이른바 ‘N 잡러’ 열풍이 불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설계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이 같은 허들을 과감하게 없앤 것이다.
이 덕분에 설계사가 되는 과정이 간단해졌다. 업무에 필요한 교육과 자격증 취득을 위한 자료 등을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공인된 손해보험협회 등의 시험은 필수. 허들이 낮아지면서 직장인, 자영업자, 대학생, 주부 등 다양한 직군이 설계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참에 보험설계 자격을 따 직접 가족 보험을 설계해 설계 수수료를 가져가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본보가 한 보험사에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어른 2명이 통합건강보험, 자녀 2명이 어린이보험에 가입한다고 했을 때 보험설계사에게 떨어지는 수수료가 4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와 보험상품 등에 따라서 설계사에게 떨어지는 금액은 천차만별. 보험설계사 자격을 따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도 가족과 사돈의 팔촌까지 지인 영업으로 본전은 뽑는 셈이다.
비대면 전속 설계사 확대에 적극적인 곳은 메리츠화재보험, 롯데손해보험,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3월부터 비대면 전속 채널인 메리츠 파트너스의 규모를 11개월 만에 약 6400명 규모로 키웠다. 2월 한 달여 1000여 명 넘는 설계사가 신규로 들어오기도 했다. 최근 3개월간 실적이 있는 메리츠파트너스의 월평균 수입은 148만 원, 일부 상위 파트너사는 5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롯데손해보험은 2023년 12월 모바일 영업 지원 플랫폼인 원더를 출시했다. 이후 유입된 스마트 플래너(SP)의 규모는 2월 기준 4600여 명이다.
2020년 업계에서 가장 먼저 비대면 전속 설계사 채널을 도입한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도 각각 1600명, 1500명의 설계사가 활동하고 있다. KB손해보험도 약 700명의 비대면 전속 설계사가 소속돼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장기간 큰돈을 들여 가입하는 보험 대신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만큼만 보장받는 미니보험이 뜨고 있고 보험설계사를 직접 해서 보험 납입에 대한 부담 자체를 줄여보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수요를 기반으로 보험 산업이 디지털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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