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서 미래 찾는다” 철선 名家, 신사업으로 위기 돌파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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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선재㈜
38년간 철선 소재 생산에 집중… 피막 표면 처리법 등 특허 획득
뛰어난 기술로 우수기업 인정
전기차 시대 맞아 소재 연구… “산업변화에 능동 대응할 것”

근무 시작 전 안전 교육 및 조회 모습. 대우선재㈜ 제공
근무 시작 전 안전 교육 및 조회 모습. 대우선재㈜ 제공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나는 현실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100년 기업’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원자재 운반.
원자재 운반.
철선 제조 기업 대우선재㈜ 신설아 대표는 최근 업계의 침체기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를 강조했다. 산업 전반의 침체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대우선재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현상 유지를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 대표는 “매출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면서 변화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경영 철학을 강조했다. 1987년 서울 성수동의 작은 공장에서 시작된 대우선재는 오늘날 대한민국 철선 제조 산업의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창립 38주년을 맞이한 대우선재는 신현구 회장의 창업 정신과 신설아 대표의 실용적 리더십이 조화를 이루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기술 개발과 해외시장 탐색으로 미래 준비

재질별 원자재 보관.
재질별 원자재 보관.
대우선재는 현재 기존 사업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한편 새로운 업종 선택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 중이다. 특히 신 대표는 ‘업종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사업 분야가 확정되면 아낌없는 투자를 확대해 나갈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은 대우선재의 현실적인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회사는 현재 여러 신사업 후보군을 검토 중이며 시장조사와 내부 역량 분석을 통해 적합한 사업 분야를 선정할 예정이다.

열처리로.
열처리로.
대우선재의 새로운 계획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탐색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 대표는 글로벌 시장 이해를 위해 한국무역협회 가입 절차를 이달 중으로 마무리하고 해외 시장조사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이미 인도를 방문해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현지 업체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향후 더 많은 국가로 시장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 대표는 “해외시장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우리의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틈새를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철선 소재 전문성을 기반으로 현실적 경영

원자재 보관.
원자재 보관.
38년간 철선 소재에 집중해온 대우선재는 꾸준한 기술 개발로 국내 철선 제조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자동차, 조선, 건축, 전자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철선 소재를 공급하며 기간산업의 한 부분을 담당해왔다.

창업주인 신현구 회장은 ‘품질 경쟁력 확보’를 늘 경영의 첫머리에 뒀다. 이러한 경영 철학은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우선재의 핵심가치로 자리 잡고 있으며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회사가 지속될 수 있었던 기반이 됐다.

대우선재의 탄탄한 제품력은 2018년 특허를 획득한 피막 표면 처리법 등의 기술로 뒷받침된다. 특히 피막 표면 처리법은 제품의 내식성을 높이고 외관 품질을 개선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활용도를 높였다. 이는 철선 제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기술력은 대우선재가 포스코 우수기업 선정, 충주시 유망 중소기업, 기술 혁신형중소기업, 뿌리기술 전문기업 인증 등 다양한 인증을 통해 인정받는 기반이 됐다. 특히 2020년 7월에는 한국산업기술원으로부터 소재·부품 전문 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업계에서 기술력을 과시했다.

균일한 인장 강도와 우수한 표면 처리 상태를 유지하는 대우선재의 제품은 국내 파스너(분리돼 있는 것을 잠그는 데 쓰는 기구) 업체들과 자동차 부품 업체 등에 고부가가치 철선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대우선재 제품의 품질이 인정받고 있는 것은 38년 동안 품질 우선 정책을 유지해온 결과다. 이러한 품질관리 노력을 인정받아 대우선재는 2022년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 대상’에서 품질혁신 부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는 대우선재가 추구해온 품질 경영의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회사의 지속에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현장 중심의 2세 경영과 고객사 관계 강화

제품 샘플 보관.
제품 샘플 보관.
대우선재의 현재 모습에서 주목할 점은 신설아 대표의 안정적인 2세 경영 안착이다. 신 회장으로부터 13년간 경영 수업을 받은 신 대표는 현실적인 리더십과 실용적 사고를 바탕으로 회사를 이끌며 대우선재의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신 대표는 현장 경험부터 시작해 영업, 생산, 관리 등 회사의 전 분야를 경험하며 대우선재의 운영 방식을 체득했다. 특히 고객사와의 관계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단순히 품질 개선과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사의 생산 현장에서 필요한 개선 사항을 즉시 반영하는 현장 중심의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신 대표는 “고객사의 작은 요구 사항이라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핵심”이라며 “현장에서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즉시 개선해주면서 신뢰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고객 중심 접근법은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대우선재는 고객사의 품질 요구 사항에 맞춰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하고 고객의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신 대표는 “신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고객사의 현장에서 즉시 개선이 필요한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해결해주는 것이 신뢰를 쌓는 지름길”이라며 현장 중심 고객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전기차 시대 맞아 “산업 변화에 대응할 것”

열처리 현장.
열처리 현장.
대우선재는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신 대표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따라 파스너 등 부품 수요가 변화하고 선재 수요도 달라질 것” 이라고 전망하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대우선재는 철강재 외에도 타이타늄,마그네슘, 알루미늄과 같은 소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부품 경량화가 중요해지는 자동차 산업의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신 대표는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소재를 다양화하고 그에 맞는 설비를 갖춘다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선재가 직면한 큰 과제 중 하나는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다. 제조업 현장에서 일할 인력을 찾기 어려운 현실은 대우선재만의 문제가 아닌 제조업 전반의 과제다.

신 대표는 “제조업 현장에서 일할 젊은 인재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철선 제조와 같은 전통 제조업은 청년층에게 매력적인 직종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현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신 대표는 “가정과 교육 현장 및 정부 정책 등에서 제조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원천 기술자 육성 정책이 매우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원천 기술자는 단순한 생산 인력이 아닌 제조 공정의 핵심을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로 이들이 없다면 제조업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신 대표의 이러한 우려는 최근 제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숙련 기술자 부족 현상과 맞닿아 있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은퇴하면서 그들의 노하우와 경험이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는 현실은 대우선재와 같은 제조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대우선재는 자체적으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현장 교육과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기술 전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신 대표는 “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사회 차원의 인식 변화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통과 혁신의 조화로 100년 기업 향해 정진”

[인터뷰] 신설아 대우선재㈜ 대표
신설아 대표
신설아 대표
창립 38주년을 맞아 신설아 대표는 현실적인 미래 계획을 제시했다. 신 대표는 2세 경영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히며 창업주가 일궈놓은 기반을 토대로 회사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세 경영의 핵심은 창업주로부터 물려받은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춰 적응하는 것이다.” 신 대표는 이같이 밝히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정직과 성실, 신의’를 기반으로 한 경영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현실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5년 내 매출 회복과 안정화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 사업의 효율화와 신규 사업 탐색을 통해 달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회사 사명 변경도 준비 중이라고 밝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새로운 사명은 회사의 미래 방향성과 정체성을 담아낼 것”이라며 “38년 역사를 바탕으로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반의 침체기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신 대표의 경영 접근법은 안정적인 기존 사업 운영과 함께 새로운 분야에 대한 탐색을 병행하는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현재의 어려움에 압도되고 있는데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모범적”이라고 신 대표를 평가했다.

신 대표는 내부 조직문화, 설비관리, 신사업 탐색 등 여러 측면에서 실용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특히 고객사와의 관계 강화와 현장 중심의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장기적으로 존속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성과와 함께 인재 확보와 육성이 중요하다”는 신 대표의 경영 철학은 회사의 방향이 미래 성장과 안정을 함께 추구할 것임을 보여준다. 신 대표는 “앞으로의 38년은 과거의 38년과는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직과 성실’이라는 기업의 핵심 가치는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년 기업을 향해#기업#대우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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