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글로벌 무역 장벽 등 대내외 어려움 속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매우 낮은 온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이를 운반·저장하는 인프라의 극저온인성(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충격이나 하중에 견디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전까지 LNG 탱크를 제작할 때는 주로 고가의 니켈·알루미늄 등 합금 소재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니켈은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돼 공급이 불안정하고 작업공정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 공장에 생산을 마친 고망간강 후판 제품이 놓여 있다. 포스코그룹 제공포스코는 2008년 국제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LNG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기존 합금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고망간강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고망간강은 기술력 측면에서 구현이 어려웠다. 강철에 망간을 첨가하면 밀도가 높아져 부서지기 쉽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수십 년간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망간을 포함하면서도 강도가 높은 제품 구현에 성공했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은 철에 다량의 망간을 첨가해 영하 196도의 극저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특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고강도, 내마모성, 비자성(철의 전자기적 성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성질) 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고망강간에 첨가하는 망간은 전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기존 소재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신소재인 고망간강은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기존 소재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뚫고 진입하기 위해 소재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이에 포스코는 2015년부터 해양수산부, 한국선급, 한화오션 등 학계·전문기관과 협업해 극저온용 고망간강의 국제 기술 표준 등재를 위해 노력해왔다.
포스코의 극저온용 고망간강은 2017년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표준 기술로 등재됐다. ASTM에 등재된 기술들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기술자들이 표준 규정으로 사용하고 있어 포스코의 극저온용 고망간강이 세계적으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소재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에는 고망간강 적용과 관련된 국제 기술 표준이 국제해사기구(IMO)로부터 정식으로 채택돼 선박 등록 국가의 승인 없이도 선박 LNG 탱크 제작에 고망간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2024년에는 LNG뿐만 아니라 암모니아에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화물 및 연료탱크 소재로 정식 규격 등록됐다.
포스코의 고망간강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도가 높다. LNG 저장과 운송 분야에서 활용된 대표 사례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광양 LNG 터미널 5, 6호기를 들 수 있다.
포스코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협력해 고망간강 실증탱크를 제작해 약 1000회 이상 LNG를 채우고 비우는 등 다양한 성능 시험을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광양 LNG 터미널 내 20만 ㎥ 규모의 5호기 저장 탱크 내조에 고망간강을 적용했다.
포스코는 LNG 밸류체인을 넘어 신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고망간강은 오일샌드 이송에 특화된 강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적의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고망간강은 자성을 띠지 않아 잠수함, 함정, 군수용 전차에 적용할 경우 스텔스(은폐) 성능을 높일 수 있어 방위산업으로도 수요처를 확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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