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지분 절반 세 아들에 증여… 승계논란 진화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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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4.86%, 차남-삼남 각 3.23%… 삼형제 지분 42.67%로 승계 완료
한화 “에어로 유상증자 오해 불식”… 일각 “주주피해 되돌리기엔 역부족”
증여세만 2218억… “성실 납부”

한화그룹 본사 전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다. 이를 통해 한화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등에게 경영권 3세 승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 한화 3세 승계 완료 “한화에어로 유증 오해 해소”

한화는 31일 공시를 통해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김 부회장, 김 사장, 김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증여한다고 밝혔다. 증여 후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의 지분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 5.37%, 김동선 부사장 5.37% 등이 됐다. 한화에너지는 삼 형제가 지분 100%(김 부회장 50%, 김 사장·부사장 각각 25%)를 갖고 있다.

결국 삼 형제가 ㈜한화 직접 지분(20.51%)과 한화에너지 지분(22.16%)을 통해 지주사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로 승계가 완료된 셈이다. 한화는 “김 회장은 지분 증여 이후에도 한화그룹 회장직을 유지하며 경영 자문 및 글로벌 비즈니스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재계 안팎에서는 삼 형제가 한화에너지 지분을 대거 보유한 만큼 ㈜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3세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달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한화오션 주식 1조3000억 원어치를 매입한 것에 대해 “한화에너지에 대규모 자금 유치를 도운 격”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 직후인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하고 ㈜한화가 여기에 100% 참여한 것을 두고도 ‘경영 승계 포석’이란 의심이 제기됐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이 3700억 원에 불과한 ㈜한화가 유증 참여를 위해 9800억 원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회사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이번 김 회장의 지분 증여 발표로 그동안 그룹을 둘러싼 승계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삼 형제의 ㈜한화 지분만으로 김 회장의 지분을 넘어선 만큼 앞으로 승계를 위해 ㈜한화와 한화에너지를 합병할 필요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화는 이날 “김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신속히 해소하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분 증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 참여 결정에 대해서도 “대주주로서 과감한 투자를 위해 책임을 다한 것”이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3조6000억 원을 포함해 총 11조 원의 장기 투자로 미래 사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승계에도 불구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습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하락과 주주들의 피해를 되돌리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주가는 증여세에 영향을 미치니 낮아진 주가로 증여세를 절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니 ‘자본시장을 현금인출기로 여긴다’는 주주들의 비판에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증여세만 2218억 원 “정도경영 원칙, 성실 납부”

이번 지분 증여로 김 부회장 등 삼 형제가 내야 할 증여세는 총 2218억 원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과세된 세금은 ‘정도경영’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계획이라고 한화는 밝혔다. 앞서 2006∼2007년 김 회장이 ㈜한화 지분 일부를 증여했을 때 삼 형제는 1216억 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김 회장도 1981년 당시 역대 최대 수준인 277억 원을 상속세로 냈다.

한화에 따르면 과세 기준 가격은 이날 공시 이후 한 달 뒤인 4월 30일 기준 전후 각각 2개월 주가의 평균 가격으로 결정된다. 상장회사 내부자 주식 거래 사전 공시제도에 따른 것이다.

㈜한화 주가는 앞서 2월 10일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일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크게 올라 3월 10일 5만2300원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3년간 ㈜한화 주가는 2만∼3만 원 수준에 머물렀다. ㈜한화 주가는 31일 종가 기준 4만95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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