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일감을 미끼로 자사가 밀린 하도급 대금을 또 다른 하도급 업체에 대납시킨 중견 광고업체 디디비코리아가 5억 원대 과징금을 맞게 됐다. 디디비코리아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글로벌 대기업 간판을 걸고 ‘갑질’하며 대금을 돌려막았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디디비코리아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76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법인과 대표이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디디비코리아는 2023년 5월 A 사에 광고 일감을 위탁하면서 자신이 다른 5개 수급사업자에게 밀린 하도급 대금 42억8120만 원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다. 훗날 해당 금액을 더해서 용역비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덧붙였다. 디디비코리아는 또 ‘입찰보증금’이라면서 자신에게도 10억 원을 지급하라고도 했다.
당시 세계 2위 광고 기업 ‘옴니콤’ 계열사(디디비월드와이드의 한국 지사)였던 디디비코리아는 이런 요청을 하면서 A 사와 80억 원 이상의 대규모 거래를 할 것처럼 암시했다. 이에 A 사는 디디비코리아가 요구한 대금을 5개 업체 및 디디비코리아에 지급했고, 이후 해당 액수가 포함된 62억4800만 원짜리 용역 계약을 디디비코리아와 체결했다. 하지만 디디비코리아는 현재까지 A 사에 약속한 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가짜 일감을 미끼로 하도급 대금 돌려막기를 한 것이다.
공정위는 디디비코리아가 거래상 지위를 매개로 악의적인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수십억 원대 거래를 조건으로 금전 지급을 요구해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경제적 이익의 부당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다만 디디비코리아의 재무 여건상 과징금을 내기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옴니콤 본사는 디디비코리아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2023년 말 디디비코리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디디비코리아는 현재 직원은 한 명도 없이 대표이사만 재직 중이다. 공정위는 디디비코리아가 과징금을 내지 않으면 체납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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