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늪’에 빠진 공기업들… LX-HUG 3년 연속 적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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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 ‘지적 측량’ 줄며 적자 폭 커져… 11개 사옥-부지 등 자산매각 나서
HUG, 전세사기 여파 작년 2조 손실
LH는 작년 부채 160조 역대 최대
“구조조정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토지 측량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주택 보증 업무를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해 영업 손실을 냈다. 전세 사기 사태와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등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쳐 3년 연속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보유 자산을 팔거나 서비스 요금을 올리며 손실을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적자에 허덕이는 주택 공공기관들

2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LX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821억5484만 원으로 전년(716억5481만 원) 대비 14.7% 늘었다. 1977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2022년 164억 원의 적자를 낸 뒤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 규모가 늘었다.

LX는 신도시 개발, 건물 신축 등 부동산 개발에 필수적인 지적 측량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측량 수수료가 전체 수입의 약 80%에 이른다. 공사비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여파로 신규 부동산 개발이 움츠러들고 측량 일감이 줄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HUG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HUG 영업손실액은 2조1924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조9962억 원) 대비 45.1% 줄었지만 2022년(―2428억 원)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주된 원인은 HUG가 2021년 이후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전세 사기 뒷수습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HUG는 전세반환 보증에 가입한 세입자가 전세 사기나 깡통 전세 피해를 입은 경우 일단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집주인이 돈을 갚지 않으면 피해 주택을 경매로 넘겨 회수해야 한다. 낙찰까지 1년 이상 걸리는 데다 보증금을 전액 회수하기 쉽지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재무 사정도 녹록지 않다. 3기 신도시, 서울 비(非)아파트 무제한 매입 등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공공 주도 사업이 늘면서 LH 재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LH의 부채 규모는 지난해 160조1000억 원으로 4년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이다.

● “공적 자금에 의존 말고 자구책 마련해야”

당분간 건설 경기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올해 1분기(1∼3월)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등 7곳에서 회생 절차에 돌입할 정도로 건설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등록 주택 사업자는 8559곳이었다. 2022년 1만49곳까지 늘었으나 이후 매년 500여 곳이 문을 닫으면서 업체 수가 쪼그라들었다.

공공기관들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적자 해소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LX는 전국 11개 사옥 및 신축 부지를 공매에 넘겨 약 216억 원을 회수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일부 사옥은 9회까지 유찰되는 등 자산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HUG는 올 4월부터 전세반환보증 수수료를 보증금 액수에 따라 최대 37%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경영 효율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택지 개발을 활성화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구조조정까지 고려해 재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LX#HUG#적자#부동산 침체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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