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쟁국인 日-EU보다 센 관세…‘최악 시나리오’ 현실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3일 1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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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에 25% 상호관세 부과
한미FTA 18년만에 백지화 수순으로
“韓 대미 실질관세율 0%대” 설득했지만
트럼프 요지부동…정부 대응 사실상 실패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최소 10% 이상의 상호관세를 매기고 한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는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2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미국이 한국에 유럽연합(EU)이나 일본보다 높은 관세율을 책정하면서 주요 수출 경쟁국과 비교해 불이익은 피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백지화 수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은 미국 제품에 명시적·비명시적 장벽을 쌓아왔다”며 관세 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에 EU(20%), 일본(24%)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중국(34%), 대만(32%)보다는 낮지만 지난 수개월 간 외교력을 총동원해 막으려 했던 ‘수출 경쟁국 대비 불이익 방지’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달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관세전쟁에 맞선 우리의 전략은 최소한 다른 수출 경쟁국보다 높은 관세율은 적용받지 말자는 것”이라며 “대미(對美) 아웃리치 등에 총력을 기울여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미국에 불공정한 무역 조건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합친 대미 관세가 50%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EU와 일본의 대미 관세(비관세 장벽 포함)가 각각 39%, 46%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의 비관세 장벽 강도가 EU나 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이 이번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MFN 관세율이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이 다자간 협상을 통해 품목별로 정한 관세율(WTO 협정 관세율)이다. 다만 FTA를 맺고 있는 국가에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한국과 FTA를 맺고 있는 미국과는 무관한 세율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나 높다”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해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런 점을 설명하기 위해 올해 2월과 3월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해 “한국의 대미 실질 관세율은 0%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백악관 고위관계자가 기자 브리핑에서 “한국의 최혜국 관세율(MFN)은 13%로 미국의 4배”라는 내용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가 한국의 대미 실질 관세율이 0%에 가깝다는 점을 전달하거나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관세 발표 직후 긴급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화한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밝혔다. TF 회의 직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외환시장과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안 장관 역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개최해 업계와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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