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소스 1위 동원홈푸드
비비드키친으로 B2C 시장 진출
외부 인재 영입해 변화 관리자로
내부 관성 타파하고 글로벌 진출
동원홈푸드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국제 자연식품 박람회’에 참여해 저칼로리와 비건 소스, 한식 퓨전 소스 등을 선보였다. 동원홈푸드 제공
동원홈푸드는 30년 이상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1인자 자리를 지켜 온 업계의 ‘터줏대감’ 같은 기업이다. 굽네치킨의 볼케이노, BHC치킨의 뿌링클 같은 치킨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KFC,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와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취급하는 웬만한 소스와 드레싱, 시즈닝 대부분을 동원홈푸드가 제조해 납품한다. 이 정도면 한국인이라면 이 회사가 만든 식품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들에게 동원홈푸드란 회사의 인지도는 낮았다. 소비자 대상(B2C) 브랜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동원홈푸드가 2020년 야심 차게 내놓은 소비자 대상 브랜드 ‘비비드키친(Vivid Kitchen)’이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 열풍을 타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저칼로리 소스를 선보인 비비드키친은 2021년 10억 원의 매출을 거둔 데 이어 매년 꾸준히 2배 이상 성장해 2024년 14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B2B 비즈니스에만 특화됐던 동원홈푸드가 B2C(소비자 대상 거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413호(2025년 3월 2호)에 실린 관련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기민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동원홈푸드 조미사업 부문은 B2B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지만 성장 정체에 빠졌다. 2018년 동원홈푸드에 합류한 정문목 대표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B2C 사업 진출을 추진했다. 하지만 조직 내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오랫동안 B2B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탓에 업무 프로세스, 문화, 의사결정 구조가 B2B 모델에 최적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전혀 다른 시장 논리가 적용되는 B2C 시장 진출에 회의적이었다.
이런 조직의 관성을 타파하기 위해 정 대표는 B2C 업무 경험이 풍부한 외부 인재로 김민정 상무를 영입하고 마케팅팀을 신설해 변화를 주도하게 했다. 김 상무는 영업, 생산, 물류 등 다양한 부서의 팀장들을 만나 그들의 고충을 충분히 들으면서 구성원들의 부정적인 인식부터 바꿔 나갔다. 정 대표는 김 상무와 수시로 대화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면서 신제품 개발의 속도를 높였다. 김 상무는 “수평적이면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덕분에 빠르게 변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며 “실제로 대표이사 보고에서 의사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이 채 안 된다”고 전했다.
● 저칼로리 소스 블루오션 개척
B2C 소스 시장은 수많은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레드오션이었다. 케첩, 마요네즈 같은 기존 카테고리에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동원홈푸드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집밥 문화가 확산되면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식단 관리 욕구가 커지고 있었다. 이런 변화를 기민하게 포착한 동원홈푸드는 설탕 대신 알룰로스를 첨가한 저칼로리, 저당 소스를 개발함으로써 경쟁이 치열한 B2C 소스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소스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원칙은 저칼로리, 저당이면서도 맛이 기존 제품보다 훨씬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칼로리가 낮으면 맛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이 있는데 이를 깨뜨려야 훨씬 더 큰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비비드키친 소스를 처음 맛본 소비자들의 가장 많은 반응이 “평소 먹던 양념치킨 맛이랑 똑같은데 어떻게 저칼로리죠?”라는 놀라움이었다. 김 상무는 “이런 맛이 가능한 것은 연구소가 1000여 곳의 고객사를 상대하면서 다양한 원료와 4만여 가지 레시피를 축적해 놨기 때문”이라며 “다른 회사에서 모방 제품을 만들더라도 이런 탁월한 맛은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K푸드 열풍 타고 해외 시장 공략
비비드키친은 국내에서 굳힌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비비드키친 제품은 미국을 중심으로 호주, 홍콩,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품은 세계인들이 한식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국식 발효식품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치와 치폴레 고추를 접목해 개발한 ‘김치 치폴레 마요 소스’ ‘김치 살사 소스’ ‘코리안 쌈장 BBQ소스’ 등이 대표 상품이다. 또 한국에서 인기 있는 소스 혹은 한국에서 먹었던 치킨, 떡볶이 같은 인기 음식을 해외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코리안 치킨 소스’ ‘파이어 핫 소스’ ‘불고기 BBQ 소스’ 등도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인들은 현지에서 어렵게 한식을 요리하지 않더라도 평소에 즐겨 먹는 햄버거, 샌드위치, 파스타 등에 한국식 소스를 뿌려 먹으면서 쉽고 건강하게 한식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프라이드 치킨이나 햄버거 같은 외국 현지 음식에 김치 치폴레 마요나 코리안 치킨 소스를 뿌려 맛보는 영상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김 상무는 “해외 식당이나 가정에서 소스를 활용해 좀 더 쉽게 김치 같은 K푸드를 체험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K컬처에서 K푸드로 넘어간 한류 열풍을 K소스로 증폭시킴으로써 한식 세계화의 첨병이 되는 것이 비비드키친의 새로운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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