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경제살리기 집중… 한국만의 경직된 산업규제 털어내야”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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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파면 이후’ 경제원로 3인 인터뷰
“한국 민주질서 대외신뢰도 높여… 통상전쟁 대응 최우선순위 둬야”
‘부동산 가격 안정’ 한목소리 강조… ‘경직된 주52시간제 등 개선’ 지적

“경제가 제로(0) 성장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이 깊이 깨달아야 한다.”(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89)

“가장 시급한 과제는 양극화 해소.”(오연천 울산대 총장·74)

“한국에만 있는 규제는 다 털어야 할 때다.”(최중경 국제투자협력대사·69)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2일간 이어진 정국 혼란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로 일단락된 가운데 4일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경제 원로들은 이제는 경제 위기 극복에 사회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으로는 저성장 고착화, 밖으로는 글로벌 통상전쟁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만큼 대내외 불확실성을 해소할 미래지향적인 정책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원로들은 우선 헌재의 선고 결과에 대해 한국의 민주적 질서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대외 신인도를 높인 계기라고 평가했다. 오 총장은 “우려됐던 소요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시민의식의 기본적인 성숙도를 우리 사회가 확인했다”며 “그 자체가 우리의 대내외적인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 대사 역시 “지난달 미국에 가서 주 정부 인사들을 만나고 왔지만 한국의 정국 혼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탄핵 정국 당시에도 한국의 민주적 제도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정책으로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불안으로 기업들이 갈팡질팡 흔들리고 있다”면서도 “이번 헌재 결정으로 (정치적) 위기가 단기간에 그칠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라고 짚었다.

경제 원로들은 정치적 혼란이 일단락된 만큼 ‘미국발(發) 통상전쟁 대응’과 ‘성장동력 회복’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대해 “예외 국가가 없을 거라는 얘기를 미국에서도 하더라”며 “특히 자동차를 비롯해 연관된 전후방 산업에 타격이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전 총재 역시 “한국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며 “최대 과제는 어떻게 하면 성장 활력을 되살리느냐인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의 활력을 불어넣고 산업 경쟁력을 복돋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정책 과제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오 총장은 “이전 정부에선 주택 공급 확대가 크게 화두가 되지 않았지만 20, 30대의 가장 큰 관심은 주택가격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 역시 “경기 순환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부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부동산이 살아나선 안 된다. 집값이 오르는 게 한국 경제 발전의 최대 위험 요소”라고 지목했다.

정치가 경제 안정을 위한 민주적인 질서 유지의 토대를 굳건히 하고, 고질적인 규제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 총장은 “이번 헌재 선고의 메시지는 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 역시 헌법 정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치권은 승리-패배라는 이원적인 구도로 볼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민주적인 질서 유지 책무를 상기시켜 준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대사는 “중대재해법이나 경직적인 주 52시간, 과도한 상속세로는 기업이 유지될 수 없다. 한국에만 있는 산업 규제는 이제는 다 털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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