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이어졌지만 올해도 빈 나라 곳간을 메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수 부진, 국내 증시 한파로 관련 세목에서 걷히는 세금이 줄고 있고, 경기 둔화 여파에 법인세수 또한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악화 일로인 정부 재정을 그나마 떠받친 건 직장인들이 낸 세금이었다. 기업이 낸 세금은 줄고 연예인,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의 탈세 행위도 빈번해지고 있어 ‘유리 지갑’인 직장인의 세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걷힌 국세는 61조 원이었다. 정부는 올 한 해 세금을 총 382조4000억 원 걷겠다고 했는데, 이 중 16%가량을 1, 2월에 걷은 것이다. 최근 5년 평균치를 보면 첫 두 달간 한 해 세수의 17% 정도가 들어왔는데 올해는 세금 걷히는 속도가 더뎠다.
내수가 살아나질 않으면서 부가가치세 세수(16조8000억 원)는 1년 전보다 7000억 원 줄었다. 부가세는 상품과 서비스가 판매될 때마다 붙어 경기와 직결되는 세금인데 국내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덩달아 줄었다. 국내 주식 거래대금이 줄면서 증권거래세도 1년 새 1조 원에서 6000억 원으로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나라 곳간을 채운 건 직장인 월급에 붙는 근로소득세였다. 2월까지 걷힌 근로소득세는 18조2000억 원으로 전체 국세의 29.8%를 차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조6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연초 성과급을 지급한 기업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아직 법인세 같은 주요 세목이 들어오지 않아 한 해 세수의 윤곽을 파악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법인세가 들어오는 3, 4월의 세수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2월까지 법인세는 4조2000억 원 걷혀 1년 전 실적보다 7000억 원 늘었다.
다만 앞으로 남은 기간에는 법인세 세수가 기대만큼 걷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계엄 정국 이후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미친 영향이 컸고, 미국발(發) 통상 전쟁으로 대외 경제 환경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의 영업이익은 줄줄이 감소하고 있고 한국 경제성장률 눈높이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했던 2023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부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2년간은 법인세가 정부 예상만큼 걷히지 않은 탓이 컸다. 여기다 최근 막대한 소득을 올리면서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 연예인 등의 탈세 또한 나라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경제 주체들이 내는 세금이 쪼그라들면서 앞으로도 세수의 상당 부분은 직장인들에게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만 해도 근로소득세가 61조 원 걷혀 전체 세수의 18.1%를 차지했다. 1년 전보다 0.9%포인트 늘어난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15년 전에는 근로소득세수가 국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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