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금융사 위험노출액 1조 넘어
증권사들 영업활동 타격 불안감
MBK도 핵심인력 이탈 가능성 ‘술렁’
홈플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MBK파트너스를 믿고 투자했다가 ‘조’ 단위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보유한 금융회사들이 ‘돈맥경화’ 현상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가 CJ바이오를 인수할 경우 익스포저가 3조 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어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그룹과 NH투자증권 등의 MBK파트너스에 대한 익스포저가 1조 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홈플러스에 1조3000억 원을 빌려줬다. NH투자증권도 고려아연, 골프존카운티 등에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대출해 줬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지난해 CJ그룹의 CJ바이오 매각에 앞서 매도자 인수금융으로 2조 원 안팎의 금액을 대출해 주기로 했는데, MBK파트너스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CJ바이오 거래 성사 시 MBK파트너스의 익스포저가 3조 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총액(7조8000억 원)의 40%에 육박하는 규모다.
게다가 홈플러스 사태로 사실상 MBK파트너스에 투자된 자금이 묶여 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영업 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는 대출 이자를 통해 돈을 버는 은행과 달리 금융 거래를 주선하면서 받는 ‘수수료’가 수익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1조 원 규모의 대출 거래가 있을 경우, 증권사는 자기자본을 활용해서 대출금을 인수하면서 거래를 따낸다. 이후 증권사는 은행, 보험사 등에 대출 거래를 주선하면서 3∼4% 안팎의 수수료를 챙긴다. 결국 은행이나 보험사 등이 MBK파트너스 투자 건과 관련한 대출에 나서지 않으면, 증권사 자금이 묶이게 되고 수수료 수익도 올릴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이에 NH투자증권 등은 일단 여유자금 확보를 위해 다른 자산들을 경쟁사 등에 넘기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에서는 당분간 MBK파트너스가 국내 시장에서 인수합병(M&A) 거래를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MBK파트너스가 관련된 투자 건을 기피할 경우 돈을 빌려 투자하는 사모펀드(PEF) 특유의 차입거래(LBO) 전략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는 최근까지 10조 원 안팎의 펀드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투자가 막힐 경우 일본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MBK 내부적으로도 인력들의 동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핵심 인력들의 이탈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도 최근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의 파산 건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4년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털(VC)이 보유한 기업의 파산신청 건수는 총 11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도한 투자금 회수 전략이 기업 신용위험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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