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해저케이블 공장 첫삽 뜬 LS전선… “공급망 자립 선제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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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러스노믹스 2.0 美서 뛰는 한국기업들] 〈5〉LS전선, 버지니아에 ‘케이블 단지’
12만평 부지-2만평 공장 1조 투자… 트럼프 2기 첫 한국기업 현지 착공
201m 타워-전용 항만시설도 갖춰… 생산부터 운송-공급 ‘원스톱 처리’
세액공제-보조금 등 2000억원 지원… 330명 고용창출-7억달러 매출 기대

28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LS그린링크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왼쪽에서 여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삽으로 흙을 뜨며 공장 착공을 알리고 있다. 체서피크=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28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LS그린링크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왼쪽에서 여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삽으로 흙을 뜨며 공장 착공을 알리고 있다. 체서피크=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셋, 둘, 하나.”

LS전선의 미국 자회사 LS그린링크가 28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해저케이블 제조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 주지사, 팀 케인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릭 웨스트 체서피크 시장 등이 힘차게 삽을 뜨자 환호성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구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급증하는 세계 해저케이블 수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LS전선은 이번 공장 건설을 위해 최소 6억8100만 달러(약 1조 원)를 투자했다. 미국 내 해저케이블 공장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대규모 공장을 건설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대륙과 대륙’ ‘육지와 섬’ 사이 해역에 전력이나 통신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바닷속에 설치하는 장치다. 초고압 전력을 정밀하고 안정적으로 전송해야 하는 만큼 높은 기술력과 안정성이 필요하다. ‘케이블의 꽃’으로 불릴 만큼 부가가치 또한 높다.


● 트럼프 2기 韓 기업 첫 美 현지 착공

이날 착공식이 열린 행사장은 광활하게 펼쳐진 공장 부지 위에 마련됐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둘러본 부지에선 이미 기초 공사가 한창이었다.

39만6700㎡(약 12만 평)의 부지에는 연면적 약 7만 ㎡(약 2만 평)의 공장이 들어선다. 201m 높이의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VCV 타워)도 세워진다. 완공 시 주내 최고층 건물이 된다. 여기에 전용 항만시설까지 더해진다. 고압직류(HVDC) 해저케이블의 생산부터 운송, 공급까지 ‘원스톱’ 처리가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 설비 세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LS전선은 공장이 완공되면 6억∼7억 달러(약 8600억∼1조6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수 LS그린링크 법인장은 “지난해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한국 연간 전력 수요(62GW)의 절반에 달하는 32GW였다”며 “2030년에는 120GW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케이블 수요 역시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다. LS전선은 향후 수요가 늘어날 때를 대비해 설비 확장까지 고려하고 있다.

● “미국 공급망 자립에 선제 대응”

LS전선은 미국의 해상풍력 산업이 대부분 미 동부 연안에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버지니아주를 공장 부지로 택했다. 인근에 미 최대 해군기지가 있어 퇴역 군인 등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기 쉽다는 점을 고려했다. 주 내에서만 33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LS전선은 미국의 공급망 자립 전략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나섰다. 확장되는 미국 해저케이블 산업을 현지 생산을 통해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동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럽으로 수출할 경우 한국에서 보내는 것보다 물류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고려했다. 김 법인장은 “이미 유럽 수출용 18개월 치 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LS전선 공장 설립 배경에는 미국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지원도 있다. LS전선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당시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연방정부로부터 9900만 달러(약 1415억 원)의 투자세액공제를 받는다. 이와 별도로 버지니아 주정부에서 4800만 달러(약 686억 원)의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을 받는다.

집권 공화당의 주요 정치인이며 차세대 대선 후보로도 꼽히는 영킨 주지사는 이번 공장을 통해 “수백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모델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체서피크 시당국 또한 공장 착공을 기념해 아예 공장 앞 도로를 ‘1 LS WAY(LS 1번가)’로 명명했다. 이날 웨스트 시장이 해당 표지판을 구 대표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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