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정비 교육 혁신과 지역산업 밀착 연계로 ‘K-항공 밸리’ 완성”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한서대, 태안캠퍼스 MRO센터 개관
약 170조 원 규모 세계 시장 노려
충남을 글로벌 항공 메카로 ‘자신감’

한서대 태안캠퍼스 전경. 활주로와 관제탑, 정비고, 항공기술교육센터에 이어 항공기 정비, 수리, 개조, 재생 작업을 원스톱으로 하는 MRO센터가 들어섰다. 한서대 제공
한서대 태안캠퍼스 전경. 활주로와 관제탑, 정비고, 항공기술교육센터에 이어 항공기 정비, 수리, 개조, 재생 작업을 원스톱으로 하는 MRO센터가 들어섰다. 한서대 제공
“항공기가 출발할 때 활주로에서 손 흔드는 정비사는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뜨기 전까지 모든 책임을 집니다. 손 흔들면서 이륙할 때까지 어디 이상 없는지 매의 눈으로 확인하죠. 정비사는 의사처럼 생명을 책임지는 전문 인력입니다.”

지난달 28일 한서대 충남 태안(항공)캠퍼스에서 만난 김천용 한서대 항공기술교육원 원장은 “한서대가 충남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하는 차원에서 항공정비 교육 시스템을 더 강화해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시키고 있다”면서 정비사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충남 태안군 소재 한서대 태안캠퍼스 항공기술교육센터 격납고 실습실에서 교육시설로 활용되는 B737-200 항공기(위쪽 사진). 이 항공기 조종석에서 학생들이 계기판과 조종 및 유압 장치 등을 점검하는 수업을 받고 있다. 항공 정비사는 조종석 기능과 장치를 완벽하게 알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한서대 제공
충남 태안군 소재 한서대 태안캠퍼스 항공기술교육센터 격납고 실습실에서 교육시설로 활용되는 B737-200 항공기(위쪽 사진). 이 항공기 조종석에서 학생들이 계기판과 조종 및 유압 장치 등을 점검하는 수업을 받고 있다. 항공 정비사는 조종석 기능과 장치를 완벽하게 알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한서대 제공
항공 분야 특성화 대학인 한서대 태안캠퍼스는 41만3000㎡(약 12만4900평) 터에 항공 사업에 당장 뛰어들어도 될 만한 환경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활주로와 격납고, 정비고는 기본이고 B(보잉)737-200 항공기를 비롯한 운항 교육용 항공기 38대(헬기 포함)를 운용한다. 주변 상공을 지나는 항공기를 통제, 관리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실습할 수 있도록 하는 관제탑과 모의 훈련비행센터 및 정비 시설에 항공기술교육센터까지 있다. 항공운항과 항공교통 관제 교육 과정은 국제항공교육인증위원회(AABI) 공식 인증을 받았다. 국제항공연맹(FAI) 최우수 항공우주교육기관으로도 선정됐다.

해외여행, 국가 간 교류가 증가해 운항 수요가 급증하면서 항공사는 규모를 막론하고 전문 정비인력 확보가 중요해졌다. 사고 위험을 줄이는 정비사 및 정비 시스템 확보에 항공사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교 33년이 된 한서대가 지난달 10일 태안캠퍼스에 항공 정비 MRO센터를 개관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Maintenance, Repair, Overhaul’로 엔진을 비롯한 항공기 장비와 부품에 대한 정비, 수리, 개조, 재생 작업을 의미하는 MRO는 항공기 안전성과 정시성(定時性), 신뢰성을 확보하는 산업을 통칭한다.

2024년 기준 약 170조 원 규모까지 커진 세계 항공기 MRO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서대는 MRO센터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지산학연(지방자치단체·산업계·대학·연구기관) 항공 분야 시너지를 창출하는 대학으로 확실한 혁신 방향을 잡았다. MRO를 비롯해 제조, 운항, 관제에서 미래 모빌리티까지 수요 창출형 전(全)주기 항공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이렇게 되면 ‘K항공’으로 글로벌 대학에 진입하면서 충남을 국가 핵심 산업 지역으로 이끌 수 있다고 자신한다.

● “전문의처럼 정비 핵심 마스터 양성”

“다른 항공 전문 대학이 따라올 수 없는 분야를 키워 보자, 그 자체가 산업이 되도록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면 정비 분야를 대학병원 같은 종합병원처럼 운영해 보자고 마음먹었죠.”

함기선 한서대 총장은 국내 1세대 성형외과 전문의로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등을 지냈다. 정비 영역을 쪼개서 특성화한다면 대학 세계화는 물론 대학이 주도하는 지역 성장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함 총장은 “종합병원 내과만 해도 소화기, 호흡기, 내분비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 있는 데다 응급실에 재활센터도 있다. 이 개념을 준용하면 항공정비 분야별 마스터를 전문의처럼 양성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MRO센터 설립은 이 같은 고심의 결과다. 함 총장은 “대형 항공사 MRO센터는 부속을 빨리 구입하고 수리해 비행기를 빨리 띄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엔진부터 세분화해 전문 정비가 이뤄지는 한서 MRO센터는 새로운 교육을 선점한 현장이자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사에 정비 전문 인력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항공사 정비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단계별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한서 MRO센터는 국내외 항공사, 공군 등이 처리하기 벅찬 항공기 정비를 할 수 있다. 몸집이 큰 항공기도 받을 수 있도록 태안캠퍼스 활주로 길이도 늘일 수 있다. 함 총장은 MRO센터에서 계속 일하거나 연구하는 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석사 학위 이상을 부여하고 주택 등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 정비 ‘종합병원’ 발판 ‘K항공 글로벌 클러스터’ 구축

태안캠퍼스 항공기술교육센터 격납고를 둘러보니 올 2월 마련된 항공기 엔진 MRO 실습장이 보였다.

김천용 원장은 엔진 정비 교육의 핵심으로 MRO의 O를 꼽았다. ‘오버홀’로 엔진을 전부 분해해 부속을 검사하고 교체하는 전 과정을 의미한다.

한서대는 틈새시장을 뚫는 차원에서 저속, 저고도 항공기 피스톤 엔진을 완전 분해해 처리하는 능력을 쌓고 투자를 집중해 최대한 빨리 대형 항공기 제트엔진 정비가 가능한 수준까지 MRO센터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한서대의 잠재력을 인정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엔진 MRO 실습장 구축을 하는 데 후원을 했다. LCC사인 진에어와도 정비 분야 산학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MRO센터 설립을 계기로 태안캠퍼스 일대를 ‘K항공 글로벌 클러스터’로 키운다. 먼저 활주로와 바다 사이 27만 ㎡(약 8만 평) 땅에 ‘한서 K항공 글로벌 혁신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태안캠퍼스와 묶어 클러스터로 확장시킨다.

김현성 한서대 산학부총장(산학협력단장)은 “혁신파크에 학생 창업과 국내외 항공 분야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모델과 같이 대학과 지역 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파크에는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센터, 항공우주드론센터 등이 포함된 지산학연 혁신 허브도 생긴다”며 “그러면 K항공 글로벌 클러스터 안팎으로 항공 우주 분야 생산, 운영, 응용, MRO의 정주형 특화 교육과 연구, 창업 지원 등이 원스톱으로 이뤄지고 더 나아가 충남 항공 관련 지산학연이 초밀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충남 지역에는 항공 산업과 연계되는 자동차 기반 부품 산업체도 700개가 넘는다. K항공 글로벌 클러스터가 확대될 여지가 크다.

한서대만 살겠다는 혁신은 아니다. 격납고 중심에 자리 잡은 B737-200 항공기는 전시용이 아니라 현장 교육을 위해 미국 항공사에서 도입했다. 대한항공에서 이 125인승 항공기에 출력 파워를 넣어 주는 기계를 제공받아 실제 가동을 시키고 있다. 학생 교육에 활용하고, 충남도민에게는 비상 탈출 및 재난 안전 교육 체험 기회 등을 제공한다. 가세로 태안군수는 MRO센터 개소식에서 “한서대 혁신에 감동받았다. 지역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반겼다. 사람과 지역을 함께 끌고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항공정비 산업에서 독보적 선두주자 될 것”

김천용 한서대 항공기술교육원 원장(항공정비학과 교수·사진)은 대한항공에서 항공기관기술사로 오래 일한 정비 전문가다. 김 원장은 “항공 전문 대학에 정비 ‘종합병원’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서대 MRO는 충남의 주력 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이 항공정비 분야 특성화에 사활을 걸었다.

“대학이 MRO센터를 만든 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대학이 기업 마인드를 확실하게 갖고 지속 성장하려는 출발점이다.”

―한서대 MRO센터에서는 정비 영역 세분화로 전문의 같은 인력 양성을 계획하고 있다.

“총장님이 ‘항공 전문 대학이라면 비행기 고치는 병원쯤은 있어야 되지 않나’라고 물었는데 내가 꼼짝을 못 했다. 정비 영역은 크게 항공기 기체, 엔진, 에이비오닉스(전기, 전자시스템)로 나뉜다. 우리 MRO센터에서는 분야를 10가지로 쪼개려 한다. 엔진도 왕복과 가스터빈으로 나눈다. 그야말로 ‘마이크로디그리’(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이수 과정)를 하는 거다. 항공 정비사는 의사처럼 행위 하나로 사람 생명이 왔다 갔다 하게 한다. 그래서 정비사 활동 자체가 산업이다. 정비사도 자격증이 아닌 의사처럼 정부 주무 부처가 발급하는 종사자 자격 면허(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한서대가 지역도 살려야 한다. 사람이 들어오고 정주하도록 해야 한다.

“연간 항공기 60대 정도를 MRO센터에서 정비하고 사업화하면 30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다. 110명 정도가 정비 전문 인력이고 나머지는 포장, 세척, 정리 등을 담당하는 지원 인력이다. 이 인력에 대해선 도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타 지역 전문 인력에게는 지자체와 협조해 한서대가 보유한 태안 유휴지에 주택을 지을 수 있다. 태안 화력발전소 사택을 리모델링해 제공할 수도 있다. 문화적으로도 지역에 혜택을 제공해 사람들이 오게 하려는 계획도 있다. 태안캠퍼스에 국가안보전시장, 항공기 박물관을 조성해 캠퍼스 인근 공룡박물관과 함께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항공정비#항공기술교육#한서대#항공산업#글로벌 클러스터#MRO센터#정비사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