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LTV 담합” 과징금 1조 넘을수도… 은행들 “소송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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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대출한도 맞췄다고 판단
재조사 끝내고 매출액 상향 조정
금융권 “과도한 규제” 거세게 반발
가계부채 총량 관리 금융위는 불편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은행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과 은행·증권사들의 국고채 담합 의혹 관련 제재 절차에 나서는 등 연달아 금융권을 겨누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4대 은행의 LTV 담합 의혹에 대한 재조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과징금의 근거가 되는 매출액을 상향 조정했다. 기존 수천억 원대로 예상됐던 과징금 수위가 1조 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은행들이 LTV와 관련한 7500여 개 상당의 정보를 사전 공유해 대출 한도를 맞췄다고 보고 있다. 비슷한 대출 조건을 설정해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할 때 대출 한도를 정하는 비율이다. 가령 10억 원짜리 부동산 담보에 LTV 70%가 적용되면 7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셈이다.

금융권은 과도한 규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단순 정보 교환이 담합은 아니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부당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LTV를 낮추면 대출 한도가 줄면서 이자 이익도 감소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담합할 유인이 적다”며 “담보인정비율 산출에 필요한 데이터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LTV 규제는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금융당국의 정책수단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들이 금융정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LTV 자료 등 정보 교환을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지도에 은행들이 협조하는 과정을 공정위가 문제시하면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당국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대출을 많이 일으켜서 이익을 많이 내야 하는데 담합해서 이익을 적게 낸다는 게 일반적인 담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담합 행위를 제재해야 한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각 은행에 발송한 공정위는 앞으로 은행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제재 여부를 논의할 전원회의 일정을 정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최종적으로 담합으로 결론이 나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되면 공동으로 행정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국고채 금리를 특정 수준에 맞추기 위해 주요 은행 및 증권사들이 담합했다고 보고 국고채 전문딜러(PD)로 지정된 금융회사들에 대한 제재 절차에도 착수한 상태다. 제재 대상에는 메리츠증권·키움증권·KB증권 등 주요 증권사와 IBK기업은행·NH농협은행 등 일부 은행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길 경우, 과징금 액수가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고채 전문딜러 금융사들은 한국은행의 국고채 경쟁 입찰에서 1차로 국채를 매입해 다시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에게 매각한다. 금융사들은 “시장 상황에 따른 적정 금리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고 호소한다. 금융당국 또한 당황한 기색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국고채 딜러를 안 하고 싶어한다. 기획재정부가 참여를 유도하려고 정기적으로 우수 딜러를 선정해 상을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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